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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틸트로터’ 기술은 미국 다음 … 틈새시장 노려라

중앙일보 2016.01.12 02:36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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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트로터 ‘KUS-VT’는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왼쪽)이 가능하고 비행 중 회전 날개를 기울여 일반 비행기처럼 운행한다(오른쪽). [사진 대한항공]


#2022년 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다. 서해상을 감시하던 틸트로터 무인항공기 ‘KUS-VT’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북한 경비정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해군 222전진기지에 신속하게 전송한다. 우리 군함이 출동하자 북한 경비정은 줄행랑을 친다. 틸트로터 무인기는 군함 갑판 위로 헬리콥터처럼 착륙하며 임무를 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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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전에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무인항공기 시뮬레이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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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1층엔 그 동안 실험을 위해 만든 무인항공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연구원들이 틸트로터 무인항공기 ‘KUS-VT’의 모형을 살표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일 오후 대전의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강완구 연구기획팀장이 개발 막바지 단계인 ‘세계 최초 틸트로터 상용 무인기’로 북한 경비정을 쫓아내는 시뮬레이션 상황을 실감 나게 연출했다. 틸트로터는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이동 중엔 회전날개를 기울여 일반 비행기와 같은 방식으로 비행하는 차세대 항공 기술이다. KUS-VT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대한항공이 공동 개발, 2011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둘째로 확보한 원천기술로 탄생했다. 헬리콥터보다 두 배 빠른 최대 시속 250㎞로 지상 4.5㎞의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어 넓은 지역의 감시·수색·정찰에 좋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2> 드론 (무인항공기)
국내 무인기 산업 어디까지 왔나


 김인화 항공기술연구원장은 “틸트로터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2020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2024년엔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안보에 주력하는 분단국의 특수성 때문에 군용 무인기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인 미국과도 격차가 5년에 불과하다. 항우연에 따르면 무인기 관련 특허 출원도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째로 많다. 특히 기체 조립과 설계 분석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독차지한 드론 시장을 한국이 뚫고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다. 맥킨지의 오세윤 서울사무소 부파트너는 “군용 시장에 머물 게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를 읽고 그에 맞는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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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완구 대한항공 팀장은 “중국이 선점한 상업용 무인기 시장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운송이나 소방, 인명 구조에 중점을 둔 공공산업용 무인기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규제다. 무인항공기 분야의 성장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국내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에선 무인기 사업이 안보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로봇과 달리 무인항공기 소관 부처는 국토교통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무인항공기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촬영을 한다면 국방부와 국군기무사령부·국토부(서울지방항공청) 등에서 각각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행금지구역인 서울 도심 상공에서 허가 없이 드론을 날리면 항공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취미용 드론이라도 야간에 한강에서 비행하거나, 집 앞 공터라도 비행금지구역이면 처벌 대상이다.

 국내 무인항공기 제조업체인 엑스드론의 진정회 대표는 “무인기 운용의 핵심인 공역(空域·비행 공간)을 넓히고 제각각 사용되는 주파수 기준도 마련 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무인기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우연의 주진 본부장은 “기획재정부에서 ‘규제자유지역(free zone)’을 두고 각종 신기술을 개발하도록 하는 데 내년에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 중 무인기 연구개발과 관련한 예산이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서도 드론 연구에 한창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무선사업부 내에 15명으로 구성된 무인기 사업팀을 꾸려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화는 무인항공기 분야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2007년 관성항법 전문업체 센텍을 연구소에 합병한 데 이어 2010년엔 초소형 무인항공 시스템인 크로의 개발사 ‘마이크로에어로봇’도 인수했다.

 기술이나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 수립이다.

 한국항공대 송용규(기계공학부) 교수는 “드론 개발은 기본 기술만 존재한다고 바로 실용화되지 않는다”며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지 말고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해 10년 앞을 내다보는 구체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대전=곽재민 기자, 강민경 인턴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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