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방부 보고서에 핵실험 장소 2곳 … ‘2번 갱도’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6.01.12 02:33 종합 6면 지면보기
북한의 4차 핵실험(6일) 장소에 대한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위치와 핵실험 종류 등에 대해 정밀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7일 국회 제출한 핵실험 위치 자료
그림엔 북북서 2㎞, 글엔 북동 2㎞
기상청 좌표론 북동쪽 24㎞ 제각각
군은 모순점 제대로 설명 못해
한 갱도서 세 차례 핵실험도 의문
보통은 한 번 하고 나면 갱도 폐쇄

 국방부 당국자는 11일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장소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의 지하”라고 밝혔다. 핵실험장 내 2번(서쪽) 갱도 인근을 지목한 것이다. 문제는 국방부가 내놓은 핵실험 장소에 대한 관련 자료가 서로 모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 이미지

국방부가 11일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자료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한 현황 보고서는 “핵실험 장소는 기상청(국가지진센터)이 발표한 진앙지 좌표(북위 41.297도, 동경 129.09도)를 근거로 할 때 풍계리 핵실험장 내 2번 갱도 북동쪽 2㎞ 지역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에 담긴 지도에는 2번 갱도 북북서쪽 지점을 핵실험 장소로 표시했다. 한 보고서 내에서 지도상의 위치와 이에 대한 설명이 일치하지 않았다.

 본지가 인공위성을 통해 지도를 서비스하는 구글어스로 확인한 결과, 기상청의 좌표는 핵실험장에서 북동쪽으로 24㎞가량 떨어져 있다. 반면 국방부 보고서의 지도에 표시된 핵실험 추정 위치를 구글어스로 확인한 좌표는 북위 41.17, 동경 129.03이다.

 따라서 군이 기상청 좌표가 아닌 또 다른 루트로 확보한 자료를 활용하고 기상청 자료라고 했거나, 북한이 공개되지 않은 제3의 핵실험장을 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아직까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핵실험을 한 곳은 2번 갱도 인근이 맞다”면서도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명확히 규명돼야 할 의문점은 또 있다. 2번 갱도에서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이 실시됐느냐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009년(2차)과 2012년(3차)에 2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실시했다. 4차 핵실험도 2번 갱도 인근에서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핵실험을 실시한 갱도는 폐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실제 2006년(1차) 핵실험을 실시한 1번 갱도는 폐쇄됐다. 군 당국의 주장대로라면 한 갱도에서 세 차례나 핵실험이 실시됐다. 북한 핵문제 전문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은 “갱도 안에 여러 개 터널을 추가로 굴착했다면 여러 차례 핵실험이 가능하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지역은 화강암 지대여서 상대적으로 핵실험에 따른 터널 붕괴 등이 덜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 “핵실험 종류 판단 어렵다”=동해상의 공기를 포집해 북한 핵실험 종류를 분석 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1일 “현재로선 수소폭탄 실험을 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는 핵실험 직후 동해상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공기를 포집해 방사성물질 분석을 실시했다. 1~3차 분석에선 방사성 핵종인 제논 133이 지상에 설치된 측정 장비와 비슷한 수준인 1㎥당 0.27~0.31m㏃(밀리베크렐) 검출됐다. 4차와 5차 분석에선 제논 133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제논 133을 비롯해 제논 131m, 133m, 135 등이 필요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제논 133만 검출돼 구체적인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용수·강기헌 기자 nkys@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