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한·일 위안부 합의

중앙일보 2016.01.12 01:25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2015년 12월 30일 34면>
위안부 협상 타결이 한·일 정상에 남긴 숙제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에 대한 국내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미흡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정도면 받아들일 만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반대의 시각도 있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섣불리 ‘최종적 해결’을 선언함으로써 일본에 면죄부를 준 굴욕적 합의라는 것이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피해자와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일 정부 차원에서는 ‘12·28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 타결됐는지 몰라도 피해 당사자와 국민의 입장에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듬어 설득하고, 여론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는 숙제가 남아 있다. 협상의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박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인 만큼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해 달라”며 대(對)국민 설득에 나섰다. 어제는 외교부 1, 2 차관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보내 설득을 시도했지만 “왜 우리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거센 항의를 들어야 했다. ‘피해자들과 국민이 납득할 수준’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건 박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런 만큼 책임감을 갖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들과 국민의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박 대통령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 피해자 지원 재단을 일 정부 예산으로 국내에 설립하기로 한 만큼 신속한 후속 조치를 통해 남은 동안이라도 피해자들이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세심한 배려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문제 해결을 정부가 언급한 데 대해서는 특히 부정적 여론이 많은 만큼 이 문제는 전적으로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아베 총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몇 마디 말과 돈으로 다 해결됐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한국 여론의 역풍 때문에 그가 원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은 힘들어질 것이다.

‘12·28 합의’에서 일본은 일본군 관여하에 발생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하고, 총리 명의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만일 아베 총리나 일본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또다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망언’이 나온다면 위안부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위안부 합의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에도 반영돼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2015년 12월 30일 31면>
‘역사 정의’ 배반한 ‘위안부 굴욕외교’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피해자와 역사 정의를 세우려 한 사람들은 분노하고 문제를 덮으려고 한 이들은 웃는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최종 해결’ 선언 이후 모습이다. 1965년 한·일 협정에 비견되는 굴욕외교지만 정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은 위안부 문제가 제기될 때부터 해법의 핵심이었다. 정부는 이를 헌신짝처럼 내다버렸다.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처음으로 ‘책임’을 인정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일본 쪽은 바로 ‘법적 책임’이 아님을 재확인했다. 단순한 책임과 법적 책임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법적 책임을 진다는 건 과거 전쟁범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필요한 후속 조처를 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심판, 사실에 근거한 명확한 사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 관련 자료 공개, 교과서 기술과 추모사업을 비롯한 재발방지책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일본은 우리 정부가 만들 위안부 관련 재단에 10억 엔(약 97억원)의 돈만 내면 된다. 이 또한 배상금이 아니라 지원금이다. 정부가 일본의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파는 격이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선언은 더 기가 막힌다. 스스로 알아서 입을 틀어막은 꼴이다. 중요한 역사적 범죄에는 마침표가 있을 수 없다. 독일이 홀로코스트 문제에 대한 국제협약에 서명하고 이행에 나선 지 오래지만 지금도 꾸준히 사과하고 필요하면 새 조처를 취한다. ‘피해자가 만족할 때까지 머리를 숙인다’는 게 원칙이다. 위안부 문제 최종 해결 선언은 한·일 협정에서 식민지배 관련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한 것의 복사판이다. 이 협정은 징용 피해자 배상 등의 문제에서 두고두고 족쇄가 되고 있다. 이제 오히려 일본에서 ‘앞으로 한국 쪽이 딴소리를 안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가해자가 거꾸로 목소리를 높이도록 만든 게 이번 합의다.

정부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것은 일본 쪽에 서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다. 시민권을 침해하는 월권이기도 하다. 위안부 소녀상은 이미 세계 곳곳에 수십 개가 있다. 아픈 역사를 성찰하는 지구촌 양심의 상징이 됐다. 정부의 약속은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역사적 성격을 갖는다.

합의 발표 이후 일본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노골적으로 주문한다. 미국 쪽은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더 힘을 받을 거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이번 합의의 배경에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했으며 대부분 미국산이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안보협력 구도에 끌려가면서 위안부 문제 등 중요한 역사적 사안에서 명분을 잃고 재정적·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아베 신조 정부를 상대로 현실적인 해법을 이끌어냈다고 강변한다. 그런 면이 없진 않지만 공보다 과가 훨씬 크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논리 vs 논리
“피해자?국민 양해 구했어야” … “돈받고 면죄부 준 협상안”


 
기사 이미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양측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발표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위안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에서는 “외교적 담합”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무효를 주장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위안부’와 재산 청구권에 대해 “법적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하면서 소녀상 철거를 위한 노력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또한 일본 정계에서는 소녀상 이전과 10억 엔 연계설이 흘러나왔다. 이번 협상은 피해 당사자를 배제한 합의라는 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대협이 제시한 7대 요구안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협상 뒤 일본의 태도가 사죄하는 측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합의를 이해해 달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협상 내용을 수용하자는 여론도 일부 있으나 반대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와 협상 내용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전쟁 폭력의 가장 잔인한 형태였고 피해자의 인권이 가장 악랄하게 짓밟힌 범죄였다. 이 문제는 무엇보다 인권과 평화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 측의 책임 회피로 인해 24년간 한·일 외교의 핵심 쟁점이 돼 왔다. 협상안의 충격이 큰 탓에 한겨레와 중앙 모두 회담 내용에 대한 평가 및 해법을 다루었다.

 우선, 한겨레는 이번 협상안에 합의해 준 정부를 ‘굴욕외교’라고 매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아베 총리의 ‘책임 인정’은 ‘법적 책임’이 아니고 10억 엔도 배상금이 아닌 지원금이라는 점에서 돈 받고 면죄부를 주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선언은 가해자가 호통칠 권리를 준 것이고, ‘위안부’ 소녀상 이전은 시민권 침해이자 반역사적 성격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일 관계에서 우리나라가 재정적·정치적 부담은 떠안으면서도 안보협력 주도권과 역사적 명분 모두를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종합하자면 한겨레는 법적·외교적·역사적·안보적 차원에서 모두 실패한 협상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 정부에 합의 무효화와 재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중앙도 정부 차원의 최종 타결 발표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국민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정부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전 협의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피해자에게 이해를 구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일 정부 예산으로 설립될 지원 재단과 소녀상 문제도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에도 진정한 사죄를 하려면 그동안 보여주었던 ‘망언’을 재발하지 말 것과 ‘위안부’ 합의를 역사교과서에 반영하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한겨레는 ‘위안부’ 문제의 역사성과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성을 강조한 반면 중앙은 외교 협상의 안정성과 미비점 보완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안 타결은 국내 내부 갈등과도 연결된다. 지난 5일, 국회에서는 관련 단체와 학계가 모여 ‘외교 실책’이라고 비판하는 긴급토론회가 열렸으며, 같은 날 외교부에서는 협상 타결이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군의 관여’에서 ‘위안부’ 모집과 동원, 노예 행위의 강제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음으로 인해 ‘민간업자가 모집한 뒤의 군의 관여’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문제삼았다. 법적 책임으로부터 빠져나갈 퇴로를 열어줌으로써 일본 정부가 통감한다는 책임도 도의적 책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 경우 일본 정부가 제시한 돈도 범죄에 대한 배상금이 아닌 불쌍한 사람에게 주는 위로금으로 물타기가 될 수 있다.
기사 이미지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편, 정부의 협상 타결이 한·일 외교의 진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측에서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언급하고 총리가 사죄·반성을 표한 점, 그리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기금을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장기적인 미해결 문제로 표류해 한·일 관계가 극단적 대립으로 악화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위안부’ 문제가 한·미·일 안보 동맹의 외부적 차원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