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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시장, ‘의지로 낙관’할 시기다

중앙일보 2016.01.12 01:08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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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영
KOTRA 중국지역본부장

새해 처음 열린 중국 증시가 7% 가까이 폭락한 지난 4일 한국 증시에서는 흥미로운 뉴스가 하나 나왔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본인 보유 한미사이언스 주식 90만 주를 직원들에게 무상증여한다는 소식이었다. 1인당 받게 되는 금액이 4000만원 정도라고 하니 회장님의 ‘통 큰 결정’이 화제가 되고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한미약품의 통 큰 결정은 이번만이 아니다.

 1996년 글로벌 제약업체 가운데서도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많지 않던 시기에 한미약품은 베이징에 최초의 한·중 합작 제약기업을 설립하기로 결정한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이 회사가 만든 어린이 유산균 정장제 ‘마미아이’와 감기약 ‘이탄징’은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의 1400명 직원 중 한국인은 5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매출액 대비 20%가 넘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50마리가 넘는 임상시험용 원숭이와 수천 마리의 강아지, 현지 진출기업 중 최고로 평가되는 사회적 책임(CSR) 활동 등 진출기업의 성공 요소를 대부분 갖췄다. 지난 한 해 잇따른 대형 기술수출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던 한미약품이지만 그 배경에는 베이징한미가 있었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중국이 본격적인 중성장 기조로 진입하고 구조조정과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한국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중국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들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중국 제조업의 빠른 추격은 대중 수출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증시를 비롯한 중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일년에도 두세 번 한국 시장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은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중국을 발판으로 성장과 경제회복의 동력을 확보해왔다. 이제는 이 같은 ‘중국보너스’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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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베이징한미약품과 같은 기업들을 만나다 보면 여전히 한국기업들의 저력과 경쟁력에 새삼 잔잔한 감동을 받곤 한다. “따지고 보면 언제는 안 어려웠냐”는 중소기업 사장님의 반문처럼 어쩌면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해야 이 파고를 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한 비용절감으로 중국 제품보다도 싸게 팔아 히트 친 화장품 회사, 지문인식 모듈을 중국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게 되었다는 정보기술(IT) 회사, 최근 3년 동안 대중 수출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는 분유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몇 가지 기회요인도 한국기업이 감안할 대목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중국의 소비재 관세 인하 추세에 따라 한국 소비재들의 대중 수출 여건이 개선되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간재 비중이 너무 크고 소비재 비중이 5%가 안 된다. 이는 지금 약점으로 지적되는 요인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기회다. 최근 한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도와 온라인 구매를 바탕으로 화장품과 의류·생활용품 등 소비재 수출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는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의 원년이자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되는 시점이다. 환경·기계 설비·프로젝트 분야에서의 진출 기회가 한층 많아질 전망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 분야가 여전히 8% 이상 성장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의료·프랜차이즈·문화콘텐트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각종 진입장벽도 조금씩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 2025’, 산업 구조조정 등 중국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정책도 한국 선진 기술에 대한 수요와 R&D 협력, 중국 대형기업 납품 등의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는 높은 잠재성장률을 갖춘 2, 3선 도시에 대한 수출 및 진출을 확대하고 지역의 토종 유통망과 협력해 진출할 필요가 있다. 2, 3선 도시는 외국 상품의 침투도가 낮지만 가처분 소득은 연해지역 못지않다. 10년 후 중국 중산층의 60% 이상이 3선 이하 도시에 거주할 전망이다. 중국에 진출할 땐 넓은 영토만큼 소비자 기호는 물론 유통망별 순위, 상관습 등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해 제품과 기술의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전략을 써야 한다.

 중국 경제는 지금 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나타나고 있다. 어려움을 무시하고 미래를 낙관만 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상품이 2013년 이후 줄곧 중국 수입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기업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또 다른 임 회장이 한국 중소기업에서 많이 나와 과감한 투자와 탄탄한 경영으로 중국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기를, 또 주식 배분으로 보는 이마저 즐거운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광영 KOTRA 중국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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