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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그냥 팔면 될 걸 … 샤오미만 띄워준 판촉 중단 자충수

중앙일보 2016.01.12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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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경제부문 기자

샤오미(小米)가 뭐라고 이 난리가 났을까. 최근 통신업계의 최대 소동은 온라인 쇼핑사이트 인터파크가 KT 일부 대리점과 제휴해 중국 단말제조업체 샤오미의 ‘홍미노트 3’(사진)를 KT 개통폰으로 팔기로 했다가 중단한 것이다. 판매 이틀 만인 지난 5일 “협의가 미흡했다”며 판촉 행사를 중단했다. 두 업체는 누가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하는지를 놓고 며칠 입씨름을 벌였지만 뚜렷한 규명 없이 은근슬쩍 봉합됐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샤오미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해프닝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KT는 “단지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생긴 일이라 중단했을 뿐, 다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자회사인 KT M&S와 협의 중 일어난 일로 “본사와 무관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KT는 공식 답변이 나가는 것조차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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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는 지난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을 처음으로 들여오면서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와 갈등을 겪은 트라우마가 있다. 이번에는 굳이 ‘악역’을 맡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 있다. 거듭된 해명에도 업계에서 “지나치게 국내 단말제조업체 눈치를 보다 생긴 일”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과도한 분석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어설픈 판촉 행사 중단으로 샤오미의 존재감만 더욱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이번 소동으로 샤오미폰은 ‘한국 이통사업자가 팔고 싶지만 앞장서서는 못 파는 제품’, ‘국내 제조업체가 생각 이상으로 신경쓰고 있는 제품’이란 인상을 남겼다.

 2009년을 돌아보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이폰은 막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시장은 아이폰 상륙의 충격이 컸던 그때와 다르다. 샤오미만 위협적인 것이 아니다. LG유플러스가 ‘쯔위폰’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화웨이의 Y6를 비롯해 가성비 좋은 중국산 단말이 이미 대거 유통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설현폰’(TG앤컴퍼니 루나)도 중국 반 합작폰이고, 중국 자본이 대주주인 알카텔의 ‘아이돌 착’ 역시 SKT 전용폰으로 틈새를 점하고 있다.

 국내 한 통신사의 관계자는 “한국에서만 유난히 샤오미 폰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오히려 팔지 않아 생기는 현상 같다”고 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샤오미 폰이 화웨이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소비층이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한국에선 샤오미를 막아 모종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샤오미 폰의 판촉 중단 이유가 무엇이었건,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해 ‘샤오미 마케팅’으로 끝났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전영선 경제부문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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