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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법적 책임’ 방향으로 나아간 형태의 외교적 절충"

중앙일보 2016.01.05 15:07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일본연구센터(소장 조희용)는 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타결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고 지난달 28일 한·일 간 위안부 합의의 정치·외교적 및 국제법적 의미와 과제를 논의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근관 교수는 사전 배포한 발표 자료에서 “아시아여성기금은 도의적 책임의 기초 위에 설립, 운영됐다. 이에 비해 이번 합의는 명확한 형태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단 진전된 형식으로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단순한 ‘도의적 책임’의 차원은 벗어났으며, ‘법적 책임’의 방향으로 나아간 형태의 외교적 절충”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합의의 내용 면에 있어 피해자 분들의 수용 여부가 매우 중요한 평가 척도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동시에 상당한 현실적 제약이 작동하는 외교 공간에서 그것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척도가 되기는 곤란하단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국제법상 국가책임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규정으로 인정받는 2001년 유엔 국제법위원회의 ‘국가의 국제위법행위에 대한 책임 조항(ARSIWA)’을 소개하며 “ARSIWA 34조에 따르면 국제법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국가의 책임은 원상 회복, 금전 배상, 만족의 형태로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과거 제시된 방안에 비해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제법적 측면이나 외국 사례와의 비교적 관점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정부가 초기에 일본에 대한 강경한 주장을 제시해 국민의 기대치를 급격히 올렸다가 나중에 현실적 제약을 반영한 해결방안에 합의함으로써 다소 혼란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안의 복잡성과 양국 간 존재하는 현격한 입장 차를 감안할 때 일정 정도의 애매성은 불가피했겠지만, 향후 이런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거에 비해 진전된 부분은 공고화하고 합의의 유동적인 부분은 우리 측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대 이원덕 일본연구소장은 발표문에서 “이번 합의는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총리 대신이 일본 정부를 대표해 사죄·반성 표명, 일본 정부 예산으로 배상적 조치 등을 합의한 것으로 상당한 진전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며 “특히 낙제점 수준의 위안부 인식을 지닌 아베 총리로부터 공식적인 사죄·반성 입장 표명을 얻어낸 것은 나름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총리나 외상이 직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방문해 진심으로 사죄·반성을 표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감성적 접근이 미진했단 점을 지적했다. “독일의 브란트 총리, 폰 바이츠체커 대통령의 사죄 장면 한 컷이 주는 효과를 생각하면, 기시다 외상의 무덤덤한 표정의 문장 낭독은 별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다. 또 “이후 한·일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의 사죄·반성을 담은 공동성명문을 내거나, 총리의 사죄문을 주한 일본 대사 등 책임있는 당국자가 피해자 앞에서 낭독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 및 지원단체들과의 긴밀한 사전 교감, 소통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부가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소통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대통령, 외교장관 등 협상 최고책임자들이 직접 나서 피해자들에게 그간의 교섭 경위와 합의 내용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과제에 대해선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발표는 국제법적으로 보면 매우 낮은 수준의 정부 간 합의에 불과하다. 이번 타결문을 수정, 보완해 국제협약의 의미를 지닌 합의문으로 작성해 양 정부 최고 지도자가 상호 서명한 문서로 합의를 완결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과 관련해선 “일본이 제공하는 100억원 상당의 자금은 순수하게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에만 한정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당사자와 유족에게 사실상의 사죄금, 배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낼 자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단에 출연해 위안부 관련 사업과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에는 서울시립대 정재정 교수, 진창소 세종연구소장,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박배근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강병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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