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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대 도박사이트 운영자, 필리핀 입국하려다 강제송환

중앙일보 2016.01.05 14:58
판돈이 700억원에 이르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수배’ 된 한국인이 필리핀에 입국하려다 우리나라로 강제송환됐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지난해 11월 필리핀 이민청에 한국인 범죄자를 입국 단계에서 우리나라로 추방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첫 사례다.

경찰청은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입국하던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 임모씨(40)를 지난 4일 국내로 강제송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임씨는 2013년 5월 중국 산둥(山東)성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바둑이와 포커 등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했다. 임씨는 사이트 개설 이후 1만4000여명에게 판돈 706억원을 받고, 이 중 300억원을 가로챈 혐의(도박개장죄)를 받고 있다.

그는 도박사이트 이용자들이 일명 ‘바둑이’와 포커 등 게임을 할 때마다 딜러비 명목으로 판돈의 4.8%를 떼어 챙겼다고 한다.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300여차례나 사이트 주소를 옮겨가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경찰은 지난해 6∼7월 태국에 도피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및 인터넷 도박 사범 68명을 무더기로 검거했을 때 공범들로부터 임씨의 정체를 확인,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그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했다. 이후 임씨는 6개월가량 도피를 이어갔지만 최근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국내로 강제송환되게 됐다.

필리핀 이민청은 지난 2일 임씨가 입국하자 한국 인터폴과 필리핀 경찰청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 에 임씨의 필리핀 입국 사실을 통보한 뒤 우리나라로 추방했고, 경찰은 마닐라공항에서 우리 국적기에 타는 임씨를 체포해 4일 오전 국내로 송환했다. 필리핀 이민청은 임씨를 30여시간 가량 공항 대기실에 붙잡아뒀다고 한다.

우리 경찰은 강 청장이 필리핀을 방문하고 귀국한 직후 필리핀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큰 중요 수배자 15명의 명단을 필리핀 측에 넘겨줬다. 임씨는 그 명단의 수배자 가운데 검거된 첫 번째 사례다.

경찰은 필리핀이 7000여개 섬으로 이뤄져 있어 은신하기 쉽고, 교민이 많은데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수배자들이 도피처로 선호하는 곳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필리핀 이민청과 긴밀하게 공조해 해외로 도피한 중요 수배자 검거 및 송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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