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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손 “최대한 빨리 실수하라, 깨져봐야 꿈 이뤄”

중앙일보 2016.01.05 01:03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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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애니메이션의 변치 않는 주제는 우정이다. ‘굿 다이노’의 두 주인공은 알로의 고향을 찾는 여정에서 서로 힘이 된다. [사진 디즈니,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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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손 감독은 “자연에서의 생존법을 깨닫는 주인공 알로처럼 나도 이 작품을 만들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사진 디즈니, 뉴시스]

“어린 시절 영화광인 어머니와 영화를 보면, 어머니는 영어를 잘 못해 통역을 해 드려야 했어요. 그런데 애니메이션만큼은 온전히 이해하셨죠.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제 작품을 들고 고국에 오게 돼 무척 기쁩니다.”

애니 ‘굿 다이노’ 연출한 한국계

 7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감독 피터 손(한국명 손태윤·39)의 말이다. 한국계뿐 아니라 동양인이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픽사에서 감독을 맡은 건 그가 처음이다. 손 감독은 4일 서울 삼성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굿 다이노’를 만든 과정과 애니메이터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설명했다.

 ‘굿 다이노’는 공룡이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기발한 상상으로 출발한 이야기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아가는 똑똑하지만 내성적인 초식 공룡 ‘알로’와 말 못하는 짐승 같은 인간 아이 ‘스팟’이 함께 야생을 누비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뭉클하게 그렸다. 푸른 하늘 아래 넓은 대평원, 석양으로 붉게 물든 초원 등 자연의 생생한 장관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이 작품은 손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2003년 ‘니모를 찾아서’부터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e’ ‘업’ 등 픽사의 대표작에서 스토리 구성, 애니메이션 제작을 두루 맡아왔다. ‘라따뚜이’ ‘몬스터 대학교’ ‘굿 다이노’에서는 조·단역의 목소리 연기로 깜짝 출연도 했다. ‘업’의 통통한 체격의 주인공 소년 러셀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디즈니·픽사의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굿 다이노’는 6년이라는 긴 산고를 겪고 탄생했다. 처음엔 밥 피터슨 감독이 제작을 총괄했지만 중간에 손 감독으로 교체됐다. 창의력의 한계에 부딪혀 픽사 사상 최초로 모든 제작 과정을 완전 중단했다가 그를 새 연출자로 발탁하며 제작을 마무리했다. 손 감독은 “‘굿 다이노’는 도움이 필요한 아픈 아이와 같았다”며 “부모의 마음으로 이 이야기가 건강히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폈다”고 말했다. 우선 영화의 골격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며 이야기를 간결하게 다듬었다. 5주마다 스토리 회의를 열어 직원들의 가감 없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였다. “알로와 스팟을 감싸는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고 경이로운지, 우리가 왜 자연을 존중해야 하는지 말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손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 이민 2세다. 뉴욕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애니메이션의 하버드라 불리는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출신. 대학 2학년 때 브래드 버드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 제작에 참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생활은 인종 차별을 받았던 뉴욕의 삶과 달랐다”며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마음만이 중요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다. 졸업 후 월트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를 거쳐 2000년 9월 픽사에 애니메이터로 입사했다.

 그는 “애니메이터로 일하며 인생 공부를 많이 했다”며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에 녹여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능력이 감독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픽사에서 얻은 교훈에 대해서도 말했다. “픽사에 들어와 가장 먼저 들었던 가르침은 ‘최대한 빨리 실수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무모해 보이더라도 온갖 도전을 해보고 깨져봐야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음을 배운 것이지요.”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픽사는 그에게 어떤 곳일까.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인종이 모인 곳이죠(웃음). 애니메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고유한 관점, 취향, 의견입니다. 픽사는 개인의 다양성을 높게 여기고, 한 작품에 각자 독특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강점을 가졌고, 이것이 좋은 작품으로 나오는 멋진 회사입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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