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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간판 내리는 대학 북한학과 … 동국대만 유지

중앙일보 2016.01.04 01:53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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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와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들이 지난해 9월 공동포럼인 ‘동고동락’을 열고 ‘북한학, 즐거움을 논하다’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사진 고려대 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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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북한학과가 간판을 내리고 있다.

[평화 오디세이 2016] 통일, 교육부터 시작하자 <중>
통일인재 육성 급한데 학생들 외면

고려대는 3월 신학기부터 세종캠퍼스의 ‘북한학과’를 ‘통합사회학부 통일외교안보전공’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3일 확정했다.

학과장을 겸하는 남성욱(북한학) 교수는 “보다 넓은 시야에서 종합적으로 통일안보를 다루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학이나 외교안보 범주에서 북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다지만 학과는 폐지되는 셈이다. 수령제 유일지배 등 북한 특유의 정치 체제나 조선노동당 역사와 조직·운용, 사회주의 경제론 같은 특화된 커리큘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2010년에는 명지대 북한학과가 정치외교학과에 통폐합됐고, 선문대는 2008년 동북아학과로 개편됐다. 관동대 북한학과는 설립 10년 만인 2006년 문을 닫았다.

고려대의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북한학과를 개설한 6개 대학 중 명맥을 유지하는 건 동국대 북한학과가 유일하다. <표 참조>

하지만 동국대 북한학과도 풍전등화(風前燈火)다. 1994년 ‘북한·통일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국내 1호 북한학과를 개설한 동국대는 40명이던 정원이 두 차례에 걸쳐 감소해 15명이 됐다.

2011년 하반기에는 학교 측이 취업률 부진 등을 이유로 폐과를 추진하기도 했다. 학생·교수와 북한학계, 정부 관계부처가 나서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동국대 이사회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는 등 물밑작업을 했다”고 귀띔했다.

학과의 명맥을 유지하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 12월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었다. 당시 ‘북한학’이란 단어로 검색한 김정일 사망 관련 기사 61건(중복기사 제외) 중 34건에 동국대 교수가 등장했다고 학과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과 정부의 통일준비기구 출범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학과 고사(枯死)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국대 김용현(북한학) 교수는 “남북관계가 상당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북한과의 교류·협력이나 경협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니 관련 기업이나 기관·단체 쪽으로 졸업생들이 진로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통일 드라이브와 통일·북한 관련 인력수급 시장 상황은 온도 차가 크다는 얘기다.

통일부의 경우 2000년 초반부터 북한학과 출신이나 전공자들을 특채(제한 경쟁)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540여 명의 직원 중 북한학 전공자는 아직 12명에 불과하다.

기업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북한학을 전공한 현대아산의 한 간부는 “기업들이 북한·통일 관련 태스크포스(TF)나 조직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인력시장이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 같은 매머드급 대북 경협 프로젝트를 진행한 현대아산은 관광사업 시작 10년 만인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1084명이던 직원은 262명으로 줄었고 누적적자가 1조원을 넘었다. 남은 직원 중 200여 명은 경협과 무관한 국내 건설이나 해외 관광사업에 투입됐다. 북한학 전공자 추가 채용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120여 개 개성공단 진출 업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북한학과가 매력을 잃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아대 강동완(정치외교학) 교수는 “통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학과에 오지 않는 것”이라며 “젊은 학생들은 자기들의 시간을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과과정 개선이나 지원 확대 같은 개선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학은 굉장히 현실적인 학문인데 이런 특성을 살리지 못해 왔다”며 “국제 정세 등 폭넓은 시각을 반영해 학생들이 더 높은 비전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학 전공자에게 ‘통일전문가 자격증’을 주거나 재학생 인턴십을 도입하는 걸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책의지를 보이라는 여론도 있다. 남성욱 교수는 “북한학과 특채 확대나 거점대학 장학금 지원 같은 지원체계를 통일부 등이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최익재·정용수·전수진·유지혜·현일훈·안효성·서재준 기자, 왕웨이 인턴기자, 통일문화연구소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 연구원, 사진=조문규·김성룡·강정현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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