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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추억의 마구왕 ‘독고탁 아빠’하늘로 은퇴

중앙일보 2016.01.04 01:04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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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탁’ 캐릭터로 유명한 만화가 이상무(본명 박노철)씨가 3일 오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71세. 고인은 최근 매일 새벽 서울 공덕동 작업실로 출근하며 가수 전인권씨와의 협력작업과 만화 단행본 발간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평소 술·담배를 하지 않고 건강을 챙겼으나 이날 갑자기 세상을 떠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만화가 이상무 심장마비 별세
『우정의 마운드』『달려라 꼴찌』등
70~80년대 야구만화 전성기 열어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김천농고를 졸업한 고인은 박기정·박기준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만화수업을 받았다. 1971년 독고탁을 처음 등장시킨 『주근깨』 발표 이후 어린이 잡지 ‘소년중앙’에 『우정의 마운드』 『달려라 꼴찌』 등 동일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을 잇따라 연재하며 70∼80년대 야구만화 붐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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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꼴찌』의 독고탁

사고뭉치에 왜소한 체격이지만 꾸준히 노력해 마구(魔球)를 통쾌하게 던져대는 독고탁은 ‘주인공은 멋있어야 한다’는 통념에 반대되는 인물이었지만 오히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특히 만화 올드팬들에게는 뱀처럼 휘어지는 ‘드라이브볼’, 바닥에 깔리며 흙먼지를 일으키는 ‘더스트볼’, 스트라이크 존에서 갑자기 튀어 오르는 ‘바운드볼’ 등 독고탁의 마구가 기억에 생생하다. 동시대의 인기 만화가 엄희자씨의 순정만화와 비교해 “엄희자는 여자만 울리지만 이상무는 남자와 여자를 모두 울린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인기 작품은 극장용 만화영화, TV 만화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동료 만화가 허영만씨는 그런 고인에 대해 “80년대 중반 이현세씨가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찬찬하고 꼼꼼한 스타일이었고, 만화 스토리에 극적인 요소가 있어 사랑받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88년 골프에 입문한 이후 90년대 들어 스포츠지에 골프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다. 유족으로 부인 박정화씨, 딸 슬기씨, 사위 이상종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5일 오전 11시, 장지는 경기도 고양시 장흥수목장 대원정사. 02-2072-2011.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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