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교권 침해, 피해자는 결국 우리 자녀다

중앙일보 2016.01.04 00:48 종합 29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

여기 이상한 직업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 상당수가 꿈꾸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자주 선택을 후회하는 직업. 바로 교사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청소년들 중 15.5%가 교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OECD 가입국 중 터키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교사들은 10명 중 2명(20.1%)이 자신의 직업 선택을 후회했다(2013년 교수학습국제조사 분석 결과). 조사 대상국 중 1위였다. 왜 이런 괴리 현상이 나타날까.

 지난해 12월 23일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이 영상에서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교탁에 있는 교사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건들며 조롱하고 있었고 한 학생은 보란 듯이 이를 촬영 중이었다. 교실 안에서 버젓이, 다수의 학생에 의해 자행된 것을 보면 상습적 행동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에 의하면 2010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총 2만6411건의 교권 침해가 있었다. 한 초등 6학년 담임교사는 “왕따 가해학생을 혼내려던 동료 교사가 지난 학기 병가를 냈다. 가해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시켜 수업 시간에 다들 엎드려 자며 집단 수업 거부를 했지만 손 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해외에는 학부모 소환권이나 유급 여부 평가권 등 교사에게 실질적인 지도권을 준다. 우리는 이런 시스템 없이 교사 개인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더 심각한 건 학부모에 의한 ‘숨은’ 교권 침해다. 교육부가 집계한 교권 침해 중 학부모의 교권 침해는 1.6%(2만6411건 중 41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교총이 침해 주체별로 신고받기 시작한 2014년 한 해에만 교권 침해 신고 사례 중 52.8%(439건 중 232건)가 학부모의 교권 침해였다. 충남 지역의 한 초등 5학년 담임교사는 “오전 9시 수업 준비 중이었는데 한 엄마가 교실 뒷문을 ‘쾅’ 하고 열더니 ‘우리 딸 괴롭힌 OO년 누구냐’고 소리친 적도 있었다”며 “교감까지 와서 말렸지만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대피시키기 전까지는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교권은 교실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다. 1989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의 “오 캡틴, 마이 캡틴”이란 대사가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이 있는 이유다.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은 그걸 보고 배우는 현실에서 학생을 바른길로 인도할 ‘캡틴’은 나올 수 없다. “험한 꼴 한번 당하고 나면 교육적 신념과 의욕이 처절하게 무너진다.” 한 고교 교사의 말이다. 아이를 생각한다면 교권 존중은 필수다. 교권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우리 자녀가 본다.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