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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608> 중국 경제 5개년 계획 탄생기

중앙일보 2016.01.04 00:07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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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기자

지난해 10월 말 중국 베이징의 징시(京西)호텔에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열렸다. 이어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한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지난해 말 열렸다. 두 회의 모두 2016~2020년 13억 중국호의 항해도인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3차 5개년 계획(이하 13·5계획)’이 주제였다. 중국 거버넌스의 특징이 응축된 13·5계획의 탄생과정을 살펴봤다.

‘13·5계획’ 현장서 답을 찾아라 … 시진핑도 현지 조사


13·5계획은 중국 경제가 고속(高速) 성장 시대를 끝내고 중속(中速) 성장 시대를 맞이한 뒤 나오는 첫 항해도다. 하지만 중속 성장조차 쉽지 않다. 지난해 중앙경제공작회의는 13·5계획 시행 첫해인 2016년 4대 과제로 과잉 생산능력·과잉 재고·과잉 레버리지 축소와 비용절감을 제시했다. 30여 년간 유지해 온 수요관리 정책에서 공급관리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13·5계획은 총 3년 간 10개 과정을 거쳐 수립된다. 그만큼 신중하다. 반면 한국은 대선에서 승리한 쪽이 세운 경제공약이 미래 5년 거시경제 방향을 결정해버린다. 13·5계획 탄생 과정은 중국의 대전략 수립 과정과 특징을 오롯이 보여준다. 13·5계획 탄생기를 기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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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은 중국 13·5계획 수립을 위해 동북 지린(吉林)성을 현지 시찰했다. 사진은 시 주석(오른쪽 두번째)이 동북공업집단 산하 창춘이둥(長春一東)클러치생산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과 좌담회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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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평가(2013년3월~2013년12월)=13·5계획은 12·5계획의 중간평가에서 출발했다. 12·5계획 중간평가는 국가발전계획위원회(발개위)가 담당했다. 먼저 국무원(정부) 각 부처와 지방 정부가 내부 평가를 진행했다. 칭화(淸華)대 국정(國情)연구소, 중국경제개혁연구기금회 국민경제연구소가 외부 평가를 맡았다. 국가통계국 및 유관부문의 각종 지표를 통한 감사도 병행했다. 발개위는 이를 종합해 ‘12·5계획 요강 실시 중간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국무원에 검토를 요청했다.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재경위원회는 정부와 별도로 현지 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12·5계획을 중간평가했다. 12기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013년 12월 말 쉬사오스(徐紹史) 발개위 주임을 출석시켜 ‘12·5계획 중간평가보고’를 심의 의결했다.

 ◆기본 아이디어 연구(2014년)=두번째 과정은 초기 조사연구다. 2013년 말부터 1년간 이어졌다. 발개위가 직접 관련 기관에 ‘13·5계획 초기 주요 문제 및 기본 아이디어 연구’를 발주했다. 2013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13·5계획 수립에 착수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2014년 4월 전국 ‘13·5계획’ 수립 화상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이어 23일 발개위가 25개 초기 연구 과제를 발표했다. 27개 연구 기관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발개위는 기초 조사, 정보 수집, 중점 과제에 대한 조사연구, 주요 프로젝트 검토를 시작했다.

 세번째 과정은 13·5계획 기본 아이디어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이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3월까지 이뤄졌다. 기초연구 프로젝트를 따낸 각 부처와 지방정부는 성과물을 발개위에 보고했다. 발개위는 이에 대한 의견을 초고 형태로 만들어 의견 수렴에 나섰다. 2014년 9월 발개위는 항저우(杭州)에서 13·5계획 기본 아이디어 연구 좌담회를 개최했다. 9개 성정부 관계자가 참여했다. 2014년 말 13·5계획의 기본 아이디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 중앙의 ‘건의’ 작성(2015년 초~18기 5중전회)=넷째 과정은 5중전회에서 통과되는 ‘중국 공산당 중앙의 13·5계획에 대한 건의(이하 건의)’ 초고 작성 단계다. 2015년 초부터 5중전회가 열린 10월까지 계속됐다. 건의는 중앙재경영도소조가 초고 작성팀을 꾸리면서 시작됐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책임진다. 12·5계획 초고 작성팀 구성원은 전인대·정협·국무원 관련 부문 책임자 및 지방 핵심 관리와 학자로 이뤄졌다. 최고 지도부를 포함해 직접 현장을 찾아 여론을 들었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0월 말까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19개 성으로 나눠 모두 26차례 현지시찰에 나섰을 정도로 바삐 움직였다.

 다섯째 과정은 당 중앙위원회의 건의 심의 통과다. 12·5계획 건의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4차례, 정치국회의 2차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1차례 토론 심의를 거쳤다. 13·5계획 건의는 두 차례 집단 토론을 거치면서 다듬었다. 첫 라운드는 지난해 6~7월 원고 형태로 심사·지도 과정을 밟았다. 이어 두번째 라운드는 9~10월 5중전회를 앞두고 진행됐다. 건의의 핵심은 5대 발전이념(표)이다. ‘정층설계(頂層設計·Top-level design)’로 불리는 그랜드 전략이다. 이는 각 지방 정부가 구체적인 13·5 시행안을 수립하는 지침이 된다.

 ◆13·5계획 ‘요강(綱要·강요)’ 작성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여섯째 과정은 13·5계획 ‘요강(초안)’ 작성이다. 당 중앙이 건의 작성에 들어갈 때 발개위는 요강의 전체 구조를 그린다. 2015년 5월 5일 발개위 쉬사오스 주임은 13·5계획 요강 작성 공작영도소조와 기초작성팀 1차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때도 현지 시찰부터 시작했다. 쉬 주임은 후쭈차이(胡祖才) 발개위 부주임과 함께 신장(新疆)지역과 중국공정원을 찾았다. 당 중앙이 건의를 정식 발표하면 요강 초고 작성이 곧 시작된다. 요강 작성은 오는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 전까지 계속된다.

 일곱째 과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의와 대안을 청취하는 단계다. 5년 전에는 국가정보센터에 12·5계획 건의투고판공실을 설치해 일반 의견을 수합했다. 인터넷 게시판·e메일·문자메시지·전화·편지·방문 등 다양한 형식과 채널을 통해서다. 발개위는 또 전국총공회(노조)·공청단·중화전국부녀연합회·과학기술협회·국제무역촉진회·장애인연합회·중화전국상공업자연합회·기업가협회 등과 함께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건의안을 수합한다. 전문가 토론회도 활발하게 열렸다.

 여덟째 과정은 전체적인 논리를 체크하는 단계다. 각 부처와 지방 정부는 각종 성취 지표와 프로젝트, 시행 방안의 상호 연결점을 찾는다. 계획의 시너지를 끌어내고 상호 충돌을 막는다. 이 단계에서는 계획 초안에 기초해 전문가 위원회에 별도의 자문 보고서를 발주한다. 이 보고서는 요강과 함께 전인대에 제출해 심의 참고 자료로 사용한다. 중국은 10·5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전문가 심의회 제도를 도입했다. 이 위원회는 학자와 실무형 전문가를 적절히 조합해 구성한다. 13·5계획 전문가 위원회는 각 분야의 학자와 실무형 전문가 등 55명으로 구성됐다. 또 처음으로 4명의 기업가도 영입돼 활동 중이다.

 아홉째 단계는 광범한 내외부 리뷰 과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요강에 대한 의견을 본격적으로 수합하기 시작했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첫 라운드는 지난해 말 소그룹에 한정해 시작됐다. 주로 지방·부처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이다. 이를 통해 요강 초안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라운드는 올 1월 중순부터 대규모로 이뤄진다. 지방·부처·전문가·전인대·정협·당외인사·기업가·대중단체 의견을 두루 청취한다. 3월 양회 심의에 대비하는 절차다.

 마지막 과정은 심의 비준과 요강 발표다. 오는 3월에 이뤄진다. 전인대 재경위원회의 예비 심사, 국무원 전체회의 심의를 거쳐 전인대에 정식으로 심의를 요청한다.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비준하면 3월 전인대 12기 4차회의에서 통과된다. 양회가 끝나면 관영 신화통신사가 정식으로 ‘13·5계획 요강’을 발표한다. 12·5 요강은 각종 도표와 지도를 포함해 총 16편 62장 6만5000자 분량이었다. 성장률 목표 등 주요 지표는 요강에 담긴다. 이후 전국 각 부처와 지방 정부는 대대적으로 ‘13·5계획’ 학습활동을 전개한 뒤 추진에 들어간다.

 ◆현장·협상·참여…중국 스타일의 정책 결정=13·5계획 수립은 긴 과정이다. 중국은 이 과정이 ‘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인민일보 해외판의 웨이신(微信·모바일 메신저) 매체 ‘협객도(俠客島)’는 ‘민주’와 더불어 세 가지 특징을 꼽았다.

 첫째, 방대한 현장 조사연구다. 중국서 조사연구로 불리는 현지시찰은 중국식 정책 결정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이다. 중국은 역대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계통적이고 전문적인 조사 연구를 펼쳐왔다. 최고 지도부부터 초안 작성팀원, 자문을 맡는 전인대·정협·싱크탱크도 참여한다. 현지 조사를 통해 정책 결정권자는 현장의 정보를 장악한다. 실사구시형 계획이 나오는 이유다. 13·5계획부터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나섰다. 시 주석은 저장(浙江)·구이저우(貴州)·지린(吉林)을 찾아 책임자 좌담회를 직접 개최했다.

 둘째, 광범한 협상이다. 5개년 계획은 교류·비교·협상을 반복하며 수립된다. 초기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초고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13·5계획의 5대 발전기조인 혁신·조화·녹색·개방·공유사상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러한 협상 과정을 중국은 ‘협상민주’라고 설명한다.

 셋째, 대중의 참여다. 5개년 계획 수립은 광범한 민의 수렴 과정이다. 단 일반적인 상향식 정치참여와 다르다. 정책결정자가 주도적으로 인민 속으로 들어가 의견을 듣는 하향식 과정이다. 정책결정자는 현지 시찰·좌담회·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한 여론 청취 등을 통해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신경진 기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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