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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원숭이마을 주민들의 새해 소망

중앙일보 2016.01.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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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중앙일보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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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바위.사진출처=중앙일보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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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담.사진출처=중앙일보 송봉근 기자]

“태어나서 한 번도 비행기를 타 보지 못했어요. 올해는 꼭 비행기를 한번 타 보고 싶어요." (거창 위천초등 5학년 신이송 양·12세)

"지역 주민들 모두 평안하고 대한민국에 사건·사고 없는 한 해를 기원합니다." (거창 원학파출소 권나경 순경·24세)

원숭이해를 맞아 '황금원숭이산'으로 유명한 금원산(金猿山·해발 1353m) 기슭에 자리한 경남 거창군 '원학동(猿鶴洞·원숭이와 학이 사는 곳)' 일대를 찾아가 12살 '산골소녀' 신이송 양을 비롯해 원숭이 띠동갑인 현지 사람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원학동은 금원산 자락에 위치한 거창군 위천면·마리면·북상면 등 3개 면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원학동의 한 가운데가 위천면인데 이 곳에 황금원숭이마을(상천마을)이 있다. 금원산 초입에서 5분 거리다. 전국 140만개 지명을 조사한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금원산 기슭에 자리잡은 황금원숭이마을은 경남 남해 납산(猿山·산 모습이 원숭이 형상), 강원도 평창군·강릉시의 곤신봉(坤申峰)과 함께 원숭이와 관련된 전국 8개 지명 중 한 곳이다.

‘출세와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인 원숭이 해를 맞아 원숭이 띠인 원학동 주민들은 적잖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한순이(60·여)씨는 “새해가 되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점수(48)씨는 “전설 속 원숭이가 황금빛이었으니 우리에게 큰 복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거창군 통계에 따르면 원학동(3개 면) 일대에 살고 있는 주민 5951명 중 황금원숭이마을 주민 7명을 포함해 원숭이 띠는 모두 398명이다.

원학동의 지명에는 유래가 있다. 금원산 해발 900m 지점엔 세로 70~80m, 가로 50~60m의 거대한 바위가 있다. 주민들은 ‘원숭이 바위(원암·猿岩)’라 부른다. 남덕유산에서 뻗어 나온 금원산도 ‘금빛 원숭이가 사는 산’이란 의미다. 금원산 초입 부분에 있는 위천이라는 냇가에는 큰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산 아래 맑은 물이 흐르는 학담(鶴潭·학이 머문 못)이라는 곳도 있다.

거창문화원 향토사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시균(60) 주상초등학교 교장은 “예로부터 원숭이와 학이 살고 세속을 떠난 선비와 은자(隱者)들이 사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상향)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거창박물관 구본용 관장은 “불교에서 금(金)은 부처를 상징하고 원(猿)은 부처가 전생에 원숭이였다는 것을 의미해 부처님이 있는 산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원학동의 일부인 위천면 상천마을은 2009년부터 '황금원숭이마을'로 불린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시대 금원산에 사는 황금 원숭이의 금빛이 중국 황제의 궁궐까지 비춰져 중국이 사신을 보내 원숭이가 드나들던 바위 구멍을 납으로 땜질해 막아버렸다고 한다.원숭이가 바위 밖으로 나오면 천둥이 치고 비가 많이 내려 농사에 피해를 줬다는 전설도 있다. 어느 날 한 도인이 나타나 주문을 외워 원숭이가 드나들던 바위 구멍을 막아 피해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48가구 128명이 사는 이 마을은 고령화로 주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거창군청이 2억원을 들여 전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체험마을로 바꿨다. 마을 입구엔 황금원숭이가 그려진 안내판이 세워졌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 말까지 열리는 금원산 얼음축제에 가면 얼음으로 조각된 원숭이를 볼 수 있다. 마을에서는 인절미 만들기 등 전통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

거창=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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