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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배제할 수 없다

중앙선데이 2016.01.03 01:36 460호 18면 지면보기
우리 경제와 기업의 성과를 결정짓는 주요 환경 가운데 하나로 환율 여건을 들 수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이 확산되면서 환율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계경기와 더불어 환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임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기업의 수익과 직결돼 기업인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경제변수가 되고 있다. 2016년 환율전망 및 관련 이슈인 통화전쟁(currency war)의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강일구 일러스트



국내외 기관들의 2016년 환율 전망은 예년과 달리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띤다. 지난 3년간 진행돼 온 달러 강세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미국과 달리 유로존과 일본이 양적 완화 기간의 연장이나 자산매입규모 확대 등 추가 부양에 나서면서 주요국 간 통화 정책이 차별화되는 결과다. 위안화는 경기둔화 우려로 인한 완화 정책의 영향과 자본 유출로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통화바스켓 연동 환율제 하에서 달러 강세에 따른 여타 통화의 약세 역시 위안화 약세 요인이다.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화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 전반의 경제 불안과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가 성장 둔화로 이어지리라는 우려로 자본유출 압력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하반기 중국경제 불안이 대두되면서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지난해의 1131원보다 5~6% 오른 1200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화 약세→수출 증가’ 기대 어려워환율이 시장의 예상대로 움직일까? 상황은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달러화 강세 전망에 대한 의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가 이미 반영된 가운데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달러 강세 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고용확대 여력이 제한되고 기업 수익이 약화되는 등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힘에 부치는 것을 감안하면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예상대로 2016년 중 기준금리를 1%포인트 가량 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인상 동력이 약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약화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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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원화 약세가 나타난다 해도 주요 통화들이 더욱 뚜렷한 약세를 보임에 따라 주요 교역 상대국들의 환율 변화를 반영하는 실효환율 기준으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원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일 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나라는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등 대외 건전성이 탁월하고 재정 건전성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반기 신흥국 전반의 자본 유출과 맞물려 원화가 약세 흐름을 탈 수도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취약국들과의 차별화 과정에서 강세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에 원화약세 전망이 2016년 경제전망에서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되지만 이마저도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더구나 과거 키코(KIKO)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환율이 한쪽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 투기적인 행위에 나서서는 안 될 것이며, 환율 변화에 대한 대응은 매출과 수익의 변동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되새길 때다.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 기대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주요국 간 통화 전쟁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를 낮추는 행위가 포지티브섬 게임이 되기란 쉽지 않다. 예상과 같이 유로화와 엔화 약세가 이어진다 해도 이는 다른 통화의 강세를 의미하기 때문에 전체로서 환율 효과는 제로섬 게임이다. 문제는 경기진작 효과가 나타나느냐의 여부다. 과거 같으면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서 실질 이자율이 낮아져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진 지금은 실질 이자율 하락을 통한 수요확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화 완화가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거나 통화 가치의 불확실성을 높여 수요를 억누르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커졌다. 부채의 실질가치 하락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금융시장에는 다소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양적 완화가 상당부분 정부 부채를 흡수해 국채 수익률이 낮게 유지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위험자산 투자를 가능케 해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증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통화완화 정책을 선택하는 것은 실행하기가 훨씬 쉽다는 점과 관련 있을 듯 싶다.



 



 



신민영?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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