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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제트기류가 ‘난동’ 원인 … 12월 한반도 43년 만에 가장 따뜻

중앙선데이 2016.01.03 01:18 460호 14면 지면보기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민들이 짙은 안개가 낀 브루클린 다리 위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고 있다. 웃통을 벗고 뛰는 사람도 보인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20도 안팎까지 올랐다. 또 미국 중남부 지역은 토네이도로 큰 피해를 입었고, 중부를 관통하는 미시시피강 주변은 홍수경보가 내려져 1700만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AP=뉴시스]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한두 차례 일시적인 추위가 있었지만 2015년 마지막 달의 한반도 평균기온은 1973년 체계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4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북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뉴욕에서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 시민들이 여름옷 차림으로 조깅을 했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이상난동(暖冬)’ 뒤에는 수퍼 엘니뇨와 강력한 제트기류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엘니뇨와 제트기류는 어떤 방식으로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올겨울 지구촌 기상이변, 원인은

지난해 12월 30일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문화재단은 긴급회의를 열고 ‘제17회 인제 빙어축제’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제 빙어축제는 지난해 초 극심한 가뭄으로 소양강 물이 마르는 바람에 취소됐는데 올해는 얼음이 얼지 않는 이상기온 탓에 또다시 무산됐다. 빙어축제뿐만 아니라 홍천강 꽁꽁축제, 가평 자라섬 씽씽겨울축제,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도 겨울답지 않은 날씨 탓에 줄줄이 취소됐다. 동장군이 위력을 잃으면서 백화점·대형마트에서는 동절기 주력 상품인 겨울의류와 난방용품 판매가 부진하다. 지난해 12월 1~22일 롯데·현대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은 201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와 2.6% 줄었다.



이번 겨울이 얼마나 따뜻한지는 기상청 측정데이터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전국 72개 지점의 평균기온은 3.6도로 평년(1981~2010년 평균)보다 2도나 높았다. 원주·영월·밀양은 평년보다 3.1도나 높았다. 서울도 평년보다 1.2도 높은 1.6도를 기록했다.



기상청 김현경 기후예측과장은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기온은 73년 이후 12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며 “강력한 엘니뇨로 인해 따뜻한 남서풍이 불어왔고, 찬 대륙고기압의 발달도 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당분간 엘니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이달 기온도 평년보다 높고, 2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겨울도 평년보다 춥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홍수·가뭄으로 1000만 명 기아에 직면‘남자 아기’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스페인어인 엘니뇨(El Nino)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평상시에는 동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 탓에 바닷물이 서쪽으로 밀려 인도네시아 쪽 바닷물의 높이가 남미 쪽보다 0.5m가량 높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역풍이 약해질 때가 있는데 이때는 인도네시아 쪽에 쌓였던 바닷물이 동쪽으로 밀려 내려간다. 남미 페루 부근에서는 차가운 바닷물이 솟아오르는 용승(湧昇·upwelling) 현상도 주춤해진다. 이 때문에 동태평양 수온이 올라간다. 바로 엘니뇨 현상이다. 엘니뇨 현상은 보통 2~7년 주기로 나타나며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절정을 이룬다. 엘니뇨 현상이 생기면 호주·인도네시아에선 가뭄이 들고 미국 서부나 남미 지역에서는 호우가 내리기도 한다. 16세기에도 관찰됐을 정도로 최근의 지구온난화와는 무관한 자연현상이다.



기상청에서는 엘니뇨 감시구역(남위 5도~북위 5도, 서경 120~170도 사이 해역)에서 바닷물 온도가 평상시보다 0.4도 이상인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정의한다. 엘니뇨와 정반대 현상인 라니냐(La Nina)가 나타나면 바닷물 온도가 떨어진다. 태평양 바닷물이 엘니뇨-라니냐를 왔다 갔다 하며 출렁거리는 셈이다. 바로 엘니뇨-남방진동(El Nino-Southern Oscillation·ENSO)이다.



엘니뇨는 한반도의 겨울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도 늘어난다. 11월에 잦은 비, 12월의 이상난동이 대표적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의 윤선권 선임연구원은 “엘니뇨에 이어지는 봄철에 우리나라는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중부 지방에서 지속되고 있는 가뭄이 올봄에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엘니뇨는 2014년부터 약하게 발달했다. 현재는 바닷물 온도를 2도 안팎까지 끌어올려 ‘수퍼 엘니뇨’로 불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엘니뇨가 지금까지 가장 강력했던 1997~98년 엘니뇨만큼 위력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남미에서는 50년 만에 최악의 홍수를,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영국 구호단체인 옥스팜은 엘니뇨로 인해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엘니뇨가 따뜻한 공기를 한반도로 밀어 올렸다면 제트기류는 북극 찬 공기의 남하를 저지했다. 북극 제트기류는 북위 60도 부근 9~12㎞ 상공에서 시속 100㎞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서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다. 제트기류가 빠르게 흐르면 북극지방에 극와류(極渦流·polar vortex)가 생긴다. 이는 한기가 남쪽으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제트기류가 약해져 구불구불 사행(蛇行)을 하게 되면 한기가 남하한다.



강한 제트기류로 북극진동은 ‘온난모드’제트기류의 강약 변화는 극지방과 중위도 지역 간의 기압 차이 변동, 즉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AO) 탓이다. 중위도 지역의 기압이 높고 북극 기압이 낮아 기압 차가 클 때(AO 지수가 양수 값이면)는 북반구가 따뜻해 ‘온난모드’가 된다. 반면 중위도 지역 기압이 낮아 기압 차가 작으면(AO 지수가 음수 값이면) 한기가 흘러내려 ‘냉각모드’가 된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책임연구원은 “최근 AO 지수가 양의 값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수가 양의 값일 때 한반도 겨울이 따뜻하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김현경 과장은 “유럽과 북미의 따뜻한 날씨는 북대서양 진동(North Atlantic Oscillation·NAO)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북위 20~30도에서 형성되는 아열대 고기압과 북위 50~60도에서 형성되는 아한대 저기압 사이의 기압 차를 NAO라고 하는데 기압 차이가 커져 NAO 지수가 양수 값이면 미국과 북유럽의 기온은 평상시보다 높아지고 그린란드 기온은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겨울 NAO 지수는 양수 값을 유지하고 있다.



온난화 계속되면 엘니뇨 영향 더 커져엘니뇨나 북극진동은 지구의 열 순환에서 균형을 맞춰 가는, 시소나 그네처럼 출렁거리는 자연현상이다. 하지만 인류가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내뿜은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면서 엘니뇨나 북극진동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바닷물 온도도 올라가기 때문에 더 강력한 엘니뇨가 출현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엘니뇨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지구 평균기온도 상승한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올해 또다시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류가 일으키는 지구온난화와 자연현상인 엘니뇨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홍수·가뭄 등 자연재해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예상욱 교수는 “기후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중앙 태평양 엘니뇨의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로 인해 바닷물 온도 상승 폭이 가장 큰 해역은 통상 남미에 가까운 동태평양이지만 가끔씩 중앙 태평양 쪽에서 온도 상승 폭이 가장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유사 엘니뇨, 즉 ‘엘니뇨 모도키(Modoki·もどき)’라고 부른다.



엘니뇨 모도키는 발생 지역이 한반도에 가깝기 때문에 통상적인 엘니뇨보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태풍 활동이 활발해지고 세력이 더 강한 ‘수퍼 태풍’이 발생, 한반도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북극진동에도 영향을 준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여름철 북극해 얼음이 더 많이 녹고 바다에서 수증기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이 수증기가 10월께 시베리아에 눈으로 내리고, 쌓인 눈은 햇빛을 반사해 차가운 시베리아 대륙고기압을 일찍 발달시킨다. 대륙고기압이 발달하면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찬 공기가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오게 된다.



예상욱 교수는 “엘니뇨로 인해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들어올 때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 값으로 바뀌어 찬 공기가 내려온다면 폭설이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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