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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 많다’에서 ‘여행 가서 아이 만들자’까지

중앙선데이 2016.01.03 00:51 460호 21면 지면보기

공익광고가 창의적이고 세련되게 진화하고 있다. 1‘아이의 10%는 휴가 때 생겼다’라는 덴마크 출산 장려 광고의 한 장면.



“덴마크를 위해 섹스해주세요.”


시대의 거울 공익광고

 이 도발적인 문구는 덴마크 여행사 ‘스파이즈(Spies)’의 출산 장려 공익광고다. 지난해 유튜브에 처음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여행사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덴마크가 출산율 하락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파고들었다. 최근 태어나는 아이들의 10%가 여행 중에 생긴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이 공익광고를 만들었다. 여행을 많이 가서 출산율을 높이고, 국가경제를 살리자고 강조한다. ‘여행 중 임신하면 3년간 아기 용품을 지원하겠다’는 이벤트도 화제가 됐다.



 국내선 80년대 이후 본격화이처럼 일반적인 상품 광고와는 달리 사회 전체의 복지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제작된 것을 공익광고라고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을 세상 사람에게 알기 쉽게,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것이다. 공익광고는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그래서 ‘시대의 거울’이라 불린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공익광고는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프로파간다(선전)에 가까웠다. 그러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광고업계의 반성이 있었다. 이후 산불 예방, 환경 보호, 음주운전 방지처럼 그 시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공익광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정치적으로 혼란했지만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던 때라 저축 장려와 같은 경제 관련 공익광고가 많았다. 또 제2의 베이비붐이 일면서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는 인구 정책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처음 공익광고의 형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형식이라 훈계조였다”고 말했다.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90년대엔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신용카드 과다 사용으로 인한 신용 불량 사태의 여파로 과소비 억제와 절약에 대한 광고도 선을 보였다. 또 환경오염이나 학교폭력, 부정부패 추방이나 깨끗한 선거와 같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공익광고가 등장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댓글 문화 바로잡기나 스마트 기기의 올바른 사용을 강조하는 등으로 공익광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공익광고팀의 탁예슬씨는 “공익광고는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가르쳐주는 작은 교과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익광고=촌스럽다’는 인식이 강하다. 공익광고의 단골로 등장하는 단체장이나 홍보대사의 어색한 연기에, 상품 광고에 못 미치는 촌티 영상 때문이다. 단순히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한 탓이다. 누가 봐도 그 메시지를 쉽게 알 수는 있지만,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뇌리에 오래 남지는 못했다.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근래의 공익광고는 다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호소력 짙은 공익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재미는 물론 세련미까지 갖추고 있다. 또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예술성을 입히고, 영화를 패러디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자에게 접근한다. 재미와 파격을 추구하면서 톡톡 튀는 광고가 쏟아져 나온다.

 

2‘흡연은 질병’을 강조한 보건복지부의 금연 캠페인 포스터.

좋은 이미지 갖추려 기업들도 나서편의점에 들어간 한 여성이 담배를 요구한다. “후두암 1㎎ 주세요.” 이어 등장하는 남성은 ‘폐암 하나’를 주문한다. 연기가 자욱한 유리관 속에 갇혀 이 모습을 지켜보는 미래의 이 여성과 남성은 과거의 자신을 보며 절규한다. 그들의 모습 위로 ‘오늘도 당신이 스스로 구입한 질병, 흡연’이란 문구가 이어진다. 최근 보건복지부 금연 캠페인 TV 광고 시리즈의 한 장면이다. 이 금연 광고 시리즈 4편은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조회 수가 1200만 건에 달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공익광고도 파급력을 극대화하려면 감동과 진정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 광고 덕분인지 금연활동 참여자도 처음으로 11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1갑 정도의 담배를 피운다는 직장인 유진욱(38)씨는 “흡연하면 큰 병에 걸린다던 예전 금연 광고는 별로 신경이 안 쓰였는데, 이 광고를 보고 나니 담배를 구입할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며 “담배 피울 생각이 싹 사라져 금연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광고를 만든 대홍기획 강지은 제작팀장은 “과거 금연 광고에선 병원 입원이나 뇌혈관이 터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에 치중해 식상했다”며 “흡연을 미래의 질병이 아니라 담배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현재의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 눈길을 끈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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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3년 칸느 광고제에서 최다 부문 그랑프리를 석권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지하철공사의 철도안전 캠페인 ‘바보같이 죽는 방법’. [사진 대홍기획]

 기업들도 공익광고 제작에 적극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광고를 통해 효과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삼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희복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공감할 수 있고,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주제가 아니라면 선택받기 어려운 시기”라며 “기업들이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해 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공익광고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광고가 재미와 신선함을 앞세워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성과 진정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산의 경우 ‘사람이 미래다’라는 문구를 앞세운 이미지 광고로 주목을 받았다가 최근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으로 포함시켜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철한 교수는 “서구 사회에서는 공익성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공익광고를 강요라고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그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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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민 기자·강민경 인턴기자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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