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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증후군

중앙선데이 2016.01.03 00:48 460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2016년이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정초엔 새 달력을 꺼내 놓고 결심을 한다. 문제는 조금 지나면 단단하던 각오가 눈 녹듯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금연·금주·운동·외국어 학원 수강·다이어트가 흔한 레퍼토리다. 가족과 동료들 앞에서 큰 소리로 금연을 선포하며 벽에 써붙이고, 피우다 걸리면 벌금을 내겠다는 선언도 해보지만 한 달을 넘기기 어렵다. 새벽반 외국어 수강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마찬가지다. ‘어젯밤 야근으로 피곤해서’ ‘오늘은 눈이 오는 날’같은 변명은 결석을 합리화하고 흐지부지돼 결국 학원 수익만 올려준다. 이런 작심삼일 증후군은 중요한 걸 몰라서 생긴 것이다.


하지현의 마음과 세상

먼저 이미 하고 있는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렵다. 금연이 안하던 새벽반 수강을 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고 한 줄 걷기가 일상화되었던 몇 해 전부터 두 줄로 서서타기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두 줄로 서있자는 취지였는데, 잘 정착이 되지 않아 시비거리가 되고 혼란만 커졌다.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한 번 관성이 된 행동은 그만큼 바꾸기가 어렵다. 특히 대중들에게 ‘행동을 바꿀 이유’가 분명히 와닿지 않는 경우엔 더 어렵다. 한 줄에 서있고, 바쁜 사람은 왼쪽 줄에서 걸어 올라가는 것은 분명한 이득이 있다. 반면 위험한 일은 목격한 사람이 거의 없다. 바꿀 이유와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메르스가 유행할 때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과 집단 병문안 관행이 큰 비판을 받고 그때는 모두 조심을 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이전과 똑같은 행태로 복귀했다. 편리함과 사회적 예의가 더 큰 힘을 갖고 관성을 유지시켰기 때문이다. 간경화로 진단받아 입원을 한 다음에야 비로소 술을 끊겠다고 정신과 진료를 청하는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이 정도의 심리적 충격을 받거나 확실히 바꿀 이유를 깨닫기 전까지는 하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차라리 하던 것을 안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실현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한 달 정도 운동을 하고 음식 조절을 해보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며 포기한다. 2010년 심리학자 필리파 랠리는 96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매일의 활동, 식습관을 기록해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완전히 자동적으로 행동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84일 정도면 달성할 수 있었다. 즉, 한 번 시작한 행동은 최소한 석 달은 아무 생각없이 해야만 습관으로 뇌에 등록이 된다. 할까 말까 고민을 하지 않고 안하면 도리어 찝찝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를 습관화(習慣化)라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몸이 저절로 반응을 하게 돼 이제는 없애는 것이 도리어 어려워진다.



새해 결심은 하던 것을 바꾸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으로 종목을 정해야 한다. 최소한 세 달은 결과를 평가하지 말고 재미없더라도 꾸준히 계속해야만 관성적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이 작심삼일을 피하는 꿀팁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jhn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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