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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反 -유반-

중앙선데이 2016.01.03 00:27 460호 27면 지면보기
중국 춘추시대 진문공(晉文公·BC 636~BC 628년)때의 얘기다. 궁중 요리사가 고기를 구워 올렸는데, 몸통에 머리카락이 여럿 감겨있었다. 요리사가 끌려왔다. 화가 난 진문공은 “과인이 목 막혀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게냐, 어찌 머리카락을 감았느냐?”고 다그쳤다. 요리사가 답한다.



“신은 세 가지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예리하게 고기는 잘랐어도 머리카락은 자르지 못했고, 고기를 나무가락으로 꿰면서도 머리카락을 보지 못했고, 발갛게 단 숯으로 고기를 구었는데도 머리카락을 태우지 못한 게 세 번 째 죄입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억울하다는 호소였다. 그는 “분명 나를 시기하는 자가 꾸민 음모”라고 주장했다. 진문공이 생각해도 이상했다. 고기를 구어 올렸는데도 머리카락이 남았으니 말이다.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요리사의 조수가 저지른 범행으로 밝혀졌다. 주방을 차지하고 싶었던 욕심에서 저지른 일이었다.



『한비자(韓非子)』 내저설하(內儲說下)편에 나오는 고사(故事)다.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를 완성했던 한비자(韓非子·?~BC233년)는 ‘군주가 경계해야 할 여섯 가지’ 중 네 번째로 ‘유반(有反)’을 설명하면서 이 고사를 들었다. 궁중에서 모반이 일어날 경우 군주는 그 일로 인해 누가 이익을 얻는 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충고였다. 한비자는 “나라에 해로움이 생기면 그 이익을 가져간 자를 살피고, 신하에 해로움이 생기면 그 반대에 있는 자를 조사하라(國害則省其利者, 臣害則察其反者)”고 했다.



『한비자』의 ‘유반(有反)’사례는 풍부하다. 한(韓)나라의 군주였던 소후(昭侯·?~ BC333년)가 하루는 목욕을 하려는데 탕 속에 작은 돌이 숨겨져 있었다. 소후는 “목욕 일을 맡은 부서의 서열 두 번째 관리를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소후는 끌려온 자에게 다짜고짜 “너는 어찌하여 탕 속에 돌을 넣었느냐?”고 꾸짖었다. 결국 “목욕 일을 차지하고 싶어 꾸민 일이었다”는 관리의 자백을 받아냈다.



지난 달 29일 사망한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의 죽음을 놓고 추측이 난무한다. 단순 사고라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게다. 북한 주석궁에서도 ‘유반(有反)’의 상황이 연출된 것인가….



 



한우덕 중국연구소장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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