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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1초 아기울음 … 총리가 축하 선물

중앙일보 2016.01.02 02:57 종합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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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중구 제일병원 분만실에서 산모 권남희씨가 갓 태어난 딸 ‘꼬미(태명)’를 바라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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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가 축하 카드와 함께 보내온 신생아 용품과 과일 바구니 선물. [사진 제일병원]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 예정 시각이 됐지만 그토록 바라던 아이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산모는 연신 고통의 신음소리를 냈다. 1분마다 진통이 왔다. 산모는 배 속 아기 ‘꼬미’를 만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버텼다. 진통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빠도 산모의 손을 꼭 쥐며 함께 심호흡을 했다.

[인구 5000만 지키자]
새해 첫둥이 출산 30대 부부
“놀랍고 감사, 아이는 복덩이
여건 되면 셋째도 낳을게요”

“중앙일보 저출산 어젠다 공감”
황 총리, 아기옷·과일 보내
병원선 “출산비용 전액 무료”

 드디어 2016년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그리고 1일 0시0분1초. 꼬미의 힘찬 “응애” 소리가 세상을 깨웠다. 3.28㎏의 건강한 여자아이. 병신년(丙申年)에 처음 태어난 ‘첫둥이’였다. 꼬미는 서울 중구 제일병원 가족분만실에서 류현미 교수가 받았다. 류 교수는 2014년 2월 꼬미의 언니도 받았다. 아내 권남희(34·웹 디자이너)씨의 가슴에 안긴 꼬미를 바라보던 아빠 윤형섭(37·게임 개발자)씨는 “고생했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꼬미는 권씨 2세라는 의미의 ‘꼬마 남희’를 줄인 태명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꼬미의 탄생을 축하해 주고 있을 그때, 뜻하지 않은 손님이 분만실을 찾았다. ‘새해 일출을 기다리듯 첫 새벽을 깨우며 태어난 아기는 큰 희망을 줍니다.’ 황교안 총리가 보낸 축하 카드였다. 총리실 여직원 두 명이 카드와 함께 아기 옷 등 신생아 용품과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총리가 직접 방문하려 했지만 산모에게 부담을 줄까 봐 직원을 대신 보냈다고 한다. 총리가 새해 첫 아이에게 이런 축하 인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차병원에서도 정기철(41)·조진영(40)씨 아들과 문성욱(33)·모세(32)씨 아들이 태어났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계획(2016~2020년) 첫해를 맞아 새해 벽두부터 곳곳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 총리는 새해 첫 업무를 ‘저출산 챙기기’로 시작했다. 본지도 ‘인구 5000만 지키자’를 올해 어젠다로 삼았다. 몽골 총리가 지난해 초 인구 300만 명째 아이의 집을 축하 방문한 사연(지난해 12월 17일자 1면)도 소개했다. 심오택 총리비서실장은 “이번 축하 선물도 중앙일보의 저출산 어젠다 보도에 적극 공감한 총리가 직접 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사진 더 보기 2016년 '새해 둥이' 탄생의 순간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인구는 5061만 명이다. 이대로 가면 2030년 5216만 명에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한다. 초저출산(출산율 1.3명 이하) 탈피가 시급하다. 일본은 인구가 1억2689만 명인데도 인구 1억 명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황 총리가 직접 저출산 챙기기에 앞장선 이유다. 황 총리는 이날 축하 선물을 보내며 “올해는 출산율이 올라가 전국 곳곳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이날 이벤트는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었다. 엄마 권씨는 “꼬미가 복덩이인 것 같다. 총리 축하는 생각도 못했는데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 애들이 크고 형편이 좀 나아지면 셋째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권씨 부부는 결혼 후 4년간 전세로 살다 지난해 2억원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해 이자 부담이 만만찮다고 했다. 제일병원은 병실료 36만원 등 권씨 출산비용 150만원 전액을 지원하고 권씨가 산후조리 후 50만원 상당의 종합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글=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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