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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올해보다 좀 더 채용" 금융 "많이 내보내고 많이 뽑고"

중앙일보 2015.12.30 20:32
정년 60세 연장과 급속한 정보기술(IT) 발전이 고용시장 구조도 바꿔놓고 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장기화하면 인력구조도 위에서 아래로 좁아지는 ‘역피라미드’ 형태가 된다. 그런데 내년 정년 연장을 앞두고 기업이 앞다퉈 명예퇴직을 시행하면서 상부가 좁아졌다. 대신 아낀 비용으로 신입사원 채용은 늘려 인력구조도 ‘항아리’형으로 바뀌고 있다. 체형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곳은 금융권이다. 올 초 1121명의 직원을 희망 퇴직으로 내보낸 KB국민은행은 올 한 해 420명을 신규로 채용했다. 이달 700여명으로부터 희망 퇴직 신청을 받은 KEB하나은행도 하반기에 5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그동안 대규모 인원 감축을 겪었던 증권회사도 예년보다 신규 채용을 늘리며 청년 실업에 숨통을 틔웠다.

금융권이 ‘체형 변화’에 앞장서는 이유는 환경 변화에 맞게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안으로 예대마진 축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은행은 밖으로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라는 새 경쟁자의 부상으로 내우외환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구자현 연구위원은 “발로 뛰는 일대일 영업 구조에서 핀테크와 인터넷뱅킹이 중심이 되는 지식기반의 업무 환경으로 바뀌면서 이에 걸맞은 인력 구조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도 구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재은 하나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평생 소득 개념으로 봤을 때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것보다 희망퇴직을 하는 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작용했다. 올 초부터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재원을 신규채용에 사용토록 했다. 올해 9월 신한금융그룹 한동우·하나금융그룹 김정태·KB금융그룹 회장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그룹 임원 연봉을 자진 반납한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권에선 정부의 압박에 의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은행·보험 연구실장은 “저수익 구조에서 고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금융권의 당위적 목표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만나 노동 구조 개편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비금융 기업의 청년 고용시장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조금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0대 대기업은 현재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력을 취합 중이다. 대부분 내년 1~2월 사이 채용계획을 발표한다. 삼성그룹은 2012년 이후 채용계획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삼성은 올 초 1만2000명의 채용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2000명이 늘어난 1만4000명을 채용했다. 현대차그룹과 SKㆍGSㆍ한화그룹 등은 채용 확대 의지를 내보였다.

현대차 측은 “올해 그룹 전체에서 대졸과 고졸을 포함해 9500명을 채용했는데 내년 규모도 이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 역시 “올해 8000명보다 조금이라도 더 뽑는 게 목표”라며 “경기가 어려울수록 인재들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게 지속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게 최고 경영층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GS그룹은 2017년까지 매년 채용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에는 올해(3600명)보다 늘어난 38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삼성 계열사 5곳을 인수한 한화는 내년과 2017년에 걸쳐 태양광 공장과 1조원 규모의 거제도 복합리조트 사업 투자를 통해 총 1만1000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주요 계열사인 LG전자 등의 부진으로 위기감이 도는 LG그룹과 철강시황 악화에 시달리는 포스코는 신중한 자세다. LG의 경우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채용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고 포스코도 내년 업황과 경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사태를 통해 그룹 전체가 내실 다시기에 나선 롯데는 “올해 1만5800명을 채용했는데 내년은 언급하기가 이르다”면서도 “경영 환경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고용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아·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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