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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본 2015년 한국 경제, 성장·물가 전망 모두 빗나가고…경상흑자는 사상 최대

중앙일보 2015.12.30 20:31
저물어가는 2015년은 한국경제엔 여러모로 아쉬운 한 해였다. 5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구조개혁에 시동을 걸었고, 9월엔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노동관련 5대 법안은 아직 국회에 묶여 있다. 3%대 후반을 기대했던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쪼그라들었고, 수출은 뒷걸음질쳤다.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은 내년 이후를 기약해야 한다.

침체됐던 주택시장도 거래가 크게 늘면서 훈풍이 불었지만, 12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라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여기다 내년엔 총선거, 내후년엔 대통령선거가 기다린다. 한국경제호 앞에 놓인 바다엔 내년에도 격랑이 일 전망이다.

지난해 10~12월 정부와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대 중후반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받은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정부와 한은이 보는 올해 성장률은 2.7%로 애초 전망보다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성장률의 추락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라는 예상치 못 한 악재도 있었지만, 세계경제의 부진에 따른 수출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세계경제의 회복에 발목을 잡은 건 저유가다. 세계 원자재 시장의 큰 손인 골드먼삭스는 올해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를 80달러 대로 전망했다. 직접 베팅을 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60달러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30일(현지시간) 현재 브렌트유 가격은 37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중국경제의 둔화에 따라 수요가 주는데도, 원유 생산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유가는 중동 등 원유 수출국에 직격탄을 날렸고, 세계경제와 교역도 위축됐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을 3.8%로 전망했지만, 1년 뒤인 올 10월엔 전망치를 3.1%로 낮췄다.

한국의 수출도 세계경제의 둔화라는 악재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한국의 올해 1~11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7.4%나 줄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단과의 송년만찬에서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으면 3% 후반, 4% 가까운 성장을 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절한 수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전략적 실패’가 성장률을 갉아먹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경환 경제팀은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에 집중한 나머지 수출과 직결되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데 소홀했다”고 말했다. 수출이 부진했지만 수입은 더 많이 줄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1120억 달러(정부 전망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894억 달러)보다 200억 달러나 많다. 이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사상 최고의 신용등급(Aa2·21단계 중 3번째)을 얻는 원동력이 됐다.

물가상승률도 예상을 벗어났다. 지난해 말 주요 기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2% 안팎으로 점쳤지만 실제로는 0.7%에 머물렀다.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첫 0%대다. 유가 하락 여파도 있지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나치게 낮은 현재의 물가 수준은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이 2015~2018년 중기 물가목표를 2%로 잡고 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2만818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달러 기준)은 오히려 소폭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이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원화가치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달러당 평균 원화가치는 1053.12원이었지만 올해 1~11월은 1127.34원으로 70원 정도 떨어졌다. 원화 기준 소득이 같아도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은 줄 수 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은 원화가치 약세와 낮은 성장세를 감안해 내년 1인당 소득을 2만7200달러로 예측했다.

그나마 훈풍이 불었던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올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11월에만 110만6000건이 거래돼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2006년의 전체 건수(108만 건)를 넘어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이후 11월까지 전국 집값은 3.35%, 서울은 4.3% 올랐다. 이런 부동산 활황세를 기반으로 분양도 급증하면서 2017년 이후 공급과잉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활황과 함께 늘어난 가계부채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의 금융부채도 올 한해 70조원 가까이 늘었다. 내년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한국은행도 따라서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나 기업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경제의 둔화는 내년 한국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앞으로 3~5년 정도는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설 수 있는 만큼 내년엔 경기가 하강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이런 시기엔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이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못하고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부진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기업의 사업재편을 촉진하는 법안(원샷법)을 빨리 통과시키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배·강남규·하남현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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