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부 '해고·취업규칙' 가이드라인…저성과 땐 해고 가능, 그 전엔

중앙일보 2015.12.30 20:30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와 관련한 행정지침 검토안을 30일 공개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한 기초자료”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사실상 노사정 협상 테이블에 올릴 초안으로 봐도 무방하다. 9·15 노사정 대타협 당시 두 지침과 관련, “노사정 간에 협의해서 만든다”고 합의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은 기존 법원 판례를 정리한 수준이다. 그러면서 해고 요건과 절차를 적시했다. 취업규칙은 지금보다 더 쉽게 고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노사 모두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존 판결을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해고요건을 더 까다롭게 만들어 사실상 해고를 못 하도록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정부지침 발표는 노사정 합의 파기 행위”라며 “법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지침 검토안을 Q&A로 정리했다.

-업무성적이 나쁜 게 해고사유가 되나.

“맞다. 근로 계약은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현저하게 업무 능력이 떨어지면 근로 제공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셈이 된다. 일종의 계약 위반이다.”

-고과가 나쁘면 무조건 해고할 수 있나.

“아니다. 근로자가 동의하는 공정한 평가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성과자를 추린다. 대신 저성과자로 분류되더라도 배치 전환이나 교육 훈련과 같은 재기의 기회, 즉 패자부활전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 결과 개선의 여지가 있거나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로 판단되면 해고할 수 없다.”

-사용자 마음대로 줄 세우기 식 평가를 해 하위 평가자를 무조건 저성과자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아니다. 상대평가는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무조건 몇 %는 최하등급을 주는 건 공정한 평가로 보지 않는다. 절대평가나 계량평가로 역량을 판단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저성과자를 내쫓기 위해 한직으로 발령을 내거나 아예 업무를 주지 않으면.

“배치 전환이나 교육 훈련은 근로자의 적성을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대인업무를 기피하는 직원에겐 영업직 대신 개발직에 전환 배치하는 식의 조치를 해야 한다.”

-패자부활전에서도 적응을 못하면.

“법원은 단 한 번의 재기 기회를 주고 해고하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재기를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그후 재차 재기의 기회를 주는 등 다각적인 후속 조치를 취하고, 그랬는데도 도저히 업무수행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만 해고사유로 받아들인다.”

-취업규칙과 불이익 변경이 뭔가.

“취업규칙은 채용·인사·퇴직·복무규율과 같은 인력운영의 기본이 되는 사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땐 근로자 과반수나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임금을 확 줄이는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안이다. 이를 취업규칙에 명시하려면 근로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임금피크제도 불이익 변경이므로 근로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반만 맞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깎는 제도이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반대 급부가 있다. 따라서 일방적인 불이익 조치로 볼 수 없다.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극히 제한적으로 받아들인다. 단 한 명의 근로자라도 불이익의 정도가 크다면 불이익 변경으로 간주해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그렇게 제한적이면 지침과 다른 판례가 나올 수 있지 않은가.

“맞다. 정부 지침과 다른 판결이 나오면 통상임금 사태 때처럼 지침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 전문가그룹이 취업규칙 변경 문제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이유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