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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맘, 0~2세 어린이집 종일반 보내려면 하루 2만원

중앙일보 2015.12.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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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부터 0~2세 영아를 어린이집 종일반(하루 12시간)에 보내려면 재직증명서 등을 제출해 장시간 아이를 맡겨야 하는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전업주부는 어린이집 이용 시간이 하루 7시간가량인 맞춤반에 아이를 보내야 한다. 전업주부가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초과 이용분에 대해 하루 2만원(1시간당 400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30일 방문규 차관 주재로 중앙보육정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보육정책 추진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현재 전국의 모든 0~2세 영아는 하루 최대 12시간까지 무상으로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종일반 자격이 주어진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구직자ㆍ학생ㆍ장애인ㆍ임신부인 경우 종일반 대상자가 된다. 한부모ㆍ조손ㆍ저소득층 가정도 대상자에 포함된다. 5세 미만 영유아 자녀가 2명이거나 모든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 부모도 해당된다. 부모가 질병으로 치료를 받거나 가족 중에 환자가 있어 간병이 필요한 경우도 종일반으로 편성된다.

전업주부 자녀는 맞춤반 대상자다. 하루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에 한해 무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추가로 월 15시간의 긴급 보육바우처를 지원해 급한 일이 생기는 경우 1시간 단위로 나눠 쓸 수 있게 했다. 자녀가 맞춤반 대상인 부모가 기존처럼 종일반 이용을 원한다면 추가 시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맞춤반 대상자라도 1시간당 약 4000원씩 하루 2만원가량 부담하면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내년 5월부터 학부모들에게 이용 자격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받은 뒤 내년 6월 중 종일반과 맞춤반 대상자를 확정해 안내할 예정이다. 4대 보험 증명서와 재직ㆍ재학증명서, 근로계약서, 근로임금확인서, 자격인정서, 진단서, 임신 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종일반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간호학원 등에 다니며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 학원 수강증을 제출해도 된다. 0~2세 영아와 달리 3~5세 유아는 모두 종일반 대상으로 별도의 서류 제출이 필요 없다.
정부의 내년 보육정책이 이처럼 바뀌는 것은 기존 제도에 따른 시행착오가 적잖은 데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종일반 보육료를 지원하다 보니 보육 현장에서는 이용 시간이 짧은 전업주부 자녀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 보육이 필요한 부모의 자녀가 홀대받는 현상도 빚어졌다.

서문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 수와 소득 수준, 부모 취업 여부 등과 관계 없이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0~2세 무상보육을 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은 “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는 수요에 맞춰 필요한 만큼 맞춤형으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여건에 맞게 보육시설 선택의 폭도 늘린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를 지원하기 위해 시간제 보육시설도 확대한다. 현재 230개 반에서 내년엔 380개 반으로 늘어난다. 오후 7시30분부터 자정까지 야간보육을 하는 시설도 1667곳에서 내년엔 2563곳으로 대폭 늘어난다.

복지부는 국공립과 직장 어린이집 등 학부모들에 인기가 높은 어린이집도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공립과 공공형 어린이집을 150곳씩 새로 조성하기로 하고 총 789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고용보험기금 392억원을 지원해 직장 어린이집도 80곳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기업(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이 어린이집을 만들지 않는 경우 연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리기로 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 것으로 간주했던 규정도 없앴다. 다만 직장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할 수 없을 경우 사업장 근처의 민간 어린이집에 직원 자녀에 대한 위탁 보육 계약을 맺는 방식은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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