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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저 독일행 "동료들에게 미안…돌아와서 열심히 하겠다"

중앙일보 2015.12.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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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르기 그로저.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 괴르기 그로저(31·독일·2m)의 오른쪽 종아리에는 '오륜기'가 새겨져있다. 그 아래엔 숫자 '2012'와 영어로 'LONDON' 이란 글자도 적혀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을 기념하는 문신이다. 그로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문신을 새기는데 이건 내가 가장 아끼는 문신"이라며 "배구 인생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이 올림픽 참가였다. 런던올림픽에서 그 꿈을 이뤘다. 다시 또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그로저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독일은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그로저는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을 위해 30일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럽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열흘 정도 자리를 비운다. 1월 5일~10일까지 8개국이 A·B조로 나뉘어 풀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가 결선 경기를 한다. 우승 팀만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딸 수 있다. 세계랭킹 9위 독일 외에도 강호 폴란드(2위), 러시아(3위), 불가리아(7위) 등이 있어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독일 대표팀 에이스인 그로저는 "리우 올림픽은 내가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로저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지난 25일 올스타전 서브 콘테스트에도 불참했다. 서브 1위(세트당 평균 0.78개)인 그로저는 한국 무대 두 달여만에 서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경기 최다 서브 득점(9득점)과 연속 서브 득점(4득점) 기록도 세웠다. 그의 서브 최고 구속은 시속 131㎞. 배구팬들은 서브 콘테스트에서 그로저의 강서브를 보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로저는 몸만 풀고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강서브를 보여주고 싶지만 죄송하다. 2년 전에 러시아에서 서브 콘테스트에 나갔다가 부상을 당했다.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몸 관리를 위해 나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꿈을 위해 떠나지만 그로저의 마음은 무거웠다. 시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선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3위 삼성화재(13승6패·승점36)는 선두 OK저축은행(14승5패·승점44)과 2위 대한항공(13승6패·승점39)을 맹추격하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가 4연승을 달리는데는 그로저의 역할이 컸다. 그로저는 전체 득점 1위(595점)에 올라있다. 29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는 시즌 네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하며 이번 시즌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로저가 빠지는 열흘 동안 삼성화재는 선두권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OK저축은행(1월1일)·대한항공(3일)·현대캐피탈(9일) 등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로저는 "이런 시기에 빠져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돌아와서 열심히 하겠다. 우리 팀의 목표인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임도헌(43) 삼성화재 감독은 그로저의 꿈을 지지했다. 임 감독은 떠나는 그로저에게 "몸이 무거워 보였는데 독일로 가기 전 마지막 경기까지 잘해줘서 고맙다"며 "이왕 가는 거 꼭 올림픽 티켓을 따길 바란다. 독일에서 하는 경기니까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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