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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긴장하는 세계…새해맞이 행사에 백팩 금지하기도

중앙일보 2015.12.30 17:35
세밑 세계가 테러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인들은 29일 간발의 차이로 테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 중앙형사법원은 이날 자살 폭탄 테러를 벌이려 한 무슬림 무함마드 레흐만(25)과 부인 사나 아흐메드 칸(24)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05년 7월7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 4명이 지하철과 버스에서 자폭해 52명이 숨진 '런던 테러' 10주기에 맞춰 테러를 하기로 모의했다.

이들이 검거된 건 그로부터 한 달 여 전인 5월 말이었다. 이미 폭탄 장치를 만드는 작업을 끝낸 상태였다. 폭탄 원료인 질산요소를 10㎏ 비축해뒀다. 자신의 집 마당에서 모의 폭발 실험도 했다. 2005년 테러 당시 비디오를 보며 연구하기도 했다.

레흐만은 트위터에 ‘조용한 폭파범(silent bomber)’이라는 이름으로 "웨스트필드(쇼핑몰) 또는 런던 지하철? 어떤 조언도 매우 감사할 것"이란 글을 올렸다. 웨스트필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올 2월 테러 대상으로 거명했던 곳이다. 레흐만은 "나에게 군대가 필요한 건 아니다. 오직 폭탄 조끼와 사람들이 가득 찬 아름다운 곳만 있으면 된다"라고 썼다.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초등학교 보조 교사였던 부인이 1만4000파운드(2400만원)를 조달했다. 수사관들은 "둘 다 급진적 성향과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벨기에에선 31일 브뤼셀의 상징적 장소들에서 여러 건의 심각한 공격을 감행할 것을 모의한 혐의로 2명을 체포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이번 음모에서 주동자·모집책 역할을 했으며, 나머지 1명은 주요 가담자 또는 협력자로 활동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정부는 "새해 시작 전 유럽 주요국의 수도 6~7곳에서 폭탄이나 총기를 이용한 테러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경찰이 내부 메모를 통해 "여성들이 애용하는 수레 자전거(아이나 짐을 실을 수 있는 박스가 앞에 달린 자전거)나 그냥 자전거를 이용한 폭발물 테러가 도심에서 발생할 수 있으니 경계하라"고 고지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전국에 자전거가 1900만 대나 있는 '자전거의 나라'란 허점을 노린 테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세계 주요 도시들의 경계가 삼엄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은 31일 6000명의 경찰을 배치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500명 이상 증원된 숫자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어느 때보다 까다로운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한다. IS가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의 새해 맞이 행사에는 백팩과 큰 가방을 소지할 수 없도록 했다.

올 들어 두 차례 테러를 겪은 파리 시민 일부는 파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파리에 사는 로뱅(28)은 "파리에서 연일 계속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리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외곽에서 친구 17명과 함께 신년을 맞으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파리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반면, 노르망디 등 지역은 북적이고 있다.

한편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의 시리아·이라크 공습으로 IS 지도자 10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이중 샤라프 알무아단(26)이 포함됐다. 파리 테러 총책으로 알려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가까운 사이다. 미 국방부는 "알무아단은 서방을 상대로 또 다른 테러 공격을 준비하던 중 지난 24일 시리아에서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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