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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퍼리치, 재산은 불어나는데 세금은 적게 내

중앙일보 2015.12.30 17:33
미국 수퍼리치들이 전방위 세금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상속·증여·세금·자산배분 등을 전담하는 개인자산운용사(family office)를 설립하는 등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금 전략을 마련한다. 또 부자 감세를 주장하는 이익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고 감세를 주장하는 대통령 경선 주자나 의원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해 당선을 돕는다. 이들 정치인은 보답으로 미 국세청(IRS) 예산을 대폭 삭감해 IRS의 활동을 제한한다.

그 결과 미 상위 400대 부자의 실질 소득세율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3년 27% 정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2012년 17% 이하로 떨어졌다. 2012년 이들의 연 평균 수입은 3억3600만 달러(3900억원)였으나 이들이 적용받는 세율은 연봉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의 중산층 가정과 비슷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세금 회피 등에 힘입어 미국 수퍼리치들의 부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반면 물가를 감안한 중산층 소득은 감소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석유왕’ 존 록펠러가 1882년 처음 설립한 ‘록펠러 패밀리오피스’와 같은 개인자산운용사를 설립해 재산 관리는 물론 절세 전략을 짜게 한다. 또 고액 연봉의 변호사·세무사·부동산기획자를 고용해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고안하게 한다. 이들은 세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절세 방법을 알려준다. 노스웨스턴대 정치경제학자인 제프리 윈터스는 “초고액 자산가들은 세금 회피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써 수억 달러를 절약한다”고 말했다.

많은 수퍼리치들이 버뮤다·케이먼군도 등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세금을 적게 낸다. 대표적 인물이 140억 달러(약 16조4000만원)를 굴리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를 설립·운용하는 대니얼 롭이다. 그는 자신의 돈을 버뮤다의 재보험사에 투자한 뒤 이를 자신의 헤지펀드에 재투자한다. 이렇게 하면 그의 소득은 39.6%의 단기 투자세율이 아닌, 20%의 자본이득세율을 적용받는다. 이 투자에 따른 세금은 언제까지 납부를 연기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수퍼리치들이 운영하는 개인 자선기금에 기부하는 것도 절세에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자선기금 기부금은 소득세 공제 대상이다. 개인 자선기금은 수퍼리치의 자녀들이 세금 납부 없이 상속 가능한 생명보험증권을 매입해 부의 대물림을 도와 준다.

초고액 자산가들은 공격적인 감세 로비도 펼친다. 파생상품 거래로 억만장자가 된 제프리 야스 등 12명의 수퍼리치는 이익단체 ‘성장을 위한 클럽(Club for Growth)’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미 중간선거에서 모금한 900만 달러(11억원)의 60%를 IRS에 비판적인 후보들에게 썼다. 야스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랜드 폴 상원의원(캔터키주)에게 올 6월 2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14.5%의 단일 소득세율을 주장하는 폴은 2013년 “IRS는 깡패 기관(rogue agency)인 만큼 즉시 철폐해야 한다”는 청원을 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초부터 부자들의 탈세를 적발하는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밝혔으나 수퍼리치의 로비에 IRS 활동은 위축됐다. 지난해 IRS 예산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기 전인 2010년에 비해 20억 달러(15%) 줄었다. 이로 인해 IRS는 전체 인력 2만3000명의 20% 이상인 5000명 가량의 고위 탈세 조사관들을 해고해야 했다. 부자들의 세금 회피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는 상황에서 IRS의 손발이 잘린 셈이다. 캐런 호킨스 전 IRS 역외과세국장은 “세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부자들의 절세 방법은 IRS의 자원과 능력으로는 잡아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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