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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이혼소송 내면 이길까

중앙일보 2015.12.3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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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승산이 있을까.

최 회장이 지난 29일 한 언론사에 보낸 편지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 판단하자면 법원이 최 회장의 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할 것인가’라는 오랜 논란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냈다. 이를 인정했을 때 이혼 당하는 상대방을 보호할 만한 충분한 법적 장치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고, 혼인과 가정생활을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바람을 핀 배우자에 의해 축출이혼을 당한 배우자가 경제적 곤란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에 마땅한 대책이 없는 법적·경제적 현실에 대한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물론 법원이 이혼청구를 받아들여도 노 관장이 경제적 곤란에 빠질 우려는 사실상 없겠지만, 대법원이 파탄주의(결혼관계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상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는 사법적 태도) 채택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이상, 유책주의가 요구하는 이혼 요건을 두루 갖춰야 재판을 통한 이혼이 가능하다.

'편지' 등의 내용에 따르면, 최 회장은 유책배우자임에 명백하다. 결혼관계를 지속하면서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얻었고, 이 여성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주는 등 경제적 지원을 계속해 왔다. 반면 노 관장의 귀책사유는 아직 드러난 바가 없다.

지난 9월 판결에서 대법원이 파탄주의 인정 가능성을 과거보다는 다소 확대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인정요건은 여전히 까다롭다. 일단 상대방에게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거나 아니면 그 계속하겠다는 의사가 오로지 복수심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 등을 인정할 만한 정황이 분명한 경우에 유책주의의 예외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노 관장은 중앙일보 기자와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꿋꿋이 가정을 지키겠다. 아이들도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이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동안 법원에 종종 나와 재판 진행을 지켜보는 등 혼인 계속 의사가 거짓이라고 인정하기에 어려운 모습도 보여왔다.

시간의 경과로 예외가 인정될 수도 있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에서 이른바 '유책성 희석론'을 유책주의 예외 인정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 파탄 당시 현저했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를 의미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에게 유책성이 발생한 시점. 즉 바람을 피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 무렵이고, 2010년 혼외자인 딸이 태어났다. 법적으로 유책성이 희석됐다고 해석되기엔 당사자들의 기억이 아직 지나치게 생생할 수밖에 없는 과거다. 대개 유책성 희석론에 따라 이혼청구가 인용되는 사례들은 20~30년 이상 별거상태로 사실상 왕래가 절연된 경우들이었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노 관장과의 ‘10년 넘게 깊은 골’이 있었다고 해 결혼관계 파탄이 꽤 오래된 일임을 드러내고 있으나 법적으로 이혼청구가 '이유있다'고 평가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만약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이에 따른 재산분할청구나 위자료 청구가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재산분할청구의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최 회장의 SK텔레콤 지분(23.4%)의 경우 대부분이 결혼 후 부부의 공동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결혼한 시점이 1988년이고 구 선경그룹이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주식회사’를 인수한 시점이 1994년이어서 최 회장의 지분 취득은 전부 결혼 이후에 이뤄진 데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을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고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30일 SK 그룹 고위관계자는 “소송보다는 대화로 풀기를 원한다” 최 회장의 입장을 전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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