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17년 전 新한일 어업협정때도…반복되는 윤병세와 일본의 질긴 인연

중앙일보 2015.12.30 11:21
기사 이미지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 타결 뒤 정부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비판의 중심에 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한·일 간 어업협정 개정 때 실무자회의의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사람이 당시 외교통상부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이었던 윤 장관이다. 한·일은 1965년 어업협정을 체결했지만, 일 측은 1998년 1월23일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한일관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본의 무례하고 강경한 행동에 한국에서는 어민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윤 장관은 이처럼 반일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일본을 상대로 한 어업협정 개정 협상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 진통 끝에 같은해 10월 타결된 신(新) 어업협정은 양국 연안으로부터 12해리까지 영해로 삼기로 했다. 문제는 독도를 한국 측 수역에 두지 않고 ‘중간수역’으로 설정한 것이었다. 사실 당시 협상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결과였고, 영유권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지만 여론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도 영유권을 훼손한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처음 협상 분위기는 우리에게 나쁘지 않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일본이 자신들의 입장을 밀어붙이기 위해 여러 술수를 쓴 것으로 안다. 97년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것도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평소 “일본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잘 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하곤 하는데, 이 때 일본과 협상한 경험을 토대로 하는 말이란 게 외교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윤 장관은 올 6월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의 회담에서 일제 강제징용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 일본이 ‘forced to work(강제로 노역하다)’라는 표현을 써서 입장을 공개 표명하는 것으로 합의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본이 말을 바꾸면서 이것도 빛이 바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7월 세계문화유산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 외무성 외무심의관을 한국에 보내 외교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위안부 협상 타결 이후에도 일본의 법적 책임은 명시적으로 확인받지 못한 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임을 못박아준 데 대해 비판이 많다. 최근 개각에서도 살아남아 ‘오병세(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외교부 장관을 할 것 같다는 예상에서 붙은 별명)’라는 말이 다시 회자됐지만, 이번 협상 후폭풍으로 인해 외교가에선 “오병세는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외교부 장관 회담을 통해 협상을 타결하긴 했지만, 사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내린 결단의 결과인 만큼 박 대통령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윤 장관을 교체하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