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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혼외 자식 고백 … 노소영 “꿋꿋이 가정 지킬 것”

중앙일보 2015.12.30 03:46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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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서울 종로구 SK 본사에 문을 연 아트센터 ‘나비’의 개관식에 참석한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모습. 최 회장은 29일 공개한 편지에서 “(부인과) 10여 년 넘게 깊은 골을 두고 지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29일 편지 형식으로 공개한 최태원(55) SK 회장의 송년사는 반성문이었다. 재계 3위 SK를 이끄는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국민에게 보낸 사과 메시지였다.

최 “아이들 받을 상처 보듬을 것”
노 “아이들은 이혼 원치 않는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 만나”
2010년 재미동포 여성 사이 딸 낳아
2003년 최 회장 구속 때 심리상담
최 회장 소유 SK㈜ 지분은 23.4%
이혼 땐 재산분할·위자료 줘야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저와 (아내인) 노소영 관장은 10년 넘게 깊은 골을 두고 지내왔습니다. 이혼 논의를 이어가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러던 중 저와 그분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結者解之)하려고 합니다.”(최 회장이 세계일보를 통해 공개한 편지)

 최 회장은 편지에서 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선 노 관장과 관계를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됐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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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1988년 결혼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흘렀다. 그 와중에 최 회장이 김모(40)씨를 만나 딸까지 낳았다. 최 회장의 측근·지인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뒤 ‘심리 상담가’로 알려진 김씨와 처음 만났다. 김씨는 재미 동포 출신으로 최 회장과 만난 뒤 남편과 이혼했다. 이후 김씨는 최 회장과 사이에서 2010년 딸을 출산했다. 최 회장은 2013년 배임 혐의로 구속된 뒤 2년7개월간 복역하다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김씨 모녀는 최 회장이 출소하기까지 수시로 면회하며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새 출발할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간접적으로 이혼을 시사했다. 출소 직전엔 측근에게 편지를 보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혼외자녀)에게 온전한 아빠가 되고 싶다. 노 관장에게 잘 말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노 관장은 이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본지 기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냥 꿋꿋이 가정을 지키렵니다. 아이들도 이혼을 원치 않아요”라고 밝혔다. 노 관장은 또 지인을 통해 “이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는 SK그룹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뜻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노 관장의 한 측근은 “만약 이혼을 한다면 (최 회장이) SK 주식을 위자료로 지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 경영이 위태로워진다. 심지어 회사가 두 개로 쪼개질 수도 있다. 노 관장은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혼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만약 두 사람이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상적으로 혼인 기간이 20년을 넘긴 배우자가 분할받을 수 있는 재산은 50% 선에 이른다. 배우자가 재산 증식에 크게 기여했다면 비중이 올라갈 수도 있다. 최 회장이 혼외 자녀 등으로 이혼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만큼 일정 규모의 위자료도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 같은 재산 분할은 SK그룹 경영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23.4%다. SK㈜는 지난 8월 출범한 SK그룹의 통합지주회사다. 시가로 계산하면 약 4조2000억원 규모다. 노 관장은 SK㈜ 지분 0.01%를 갖고 있다. 노 관장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1남2녀)가 보유한 SK그룹 계열사 지분은 없다. 모두 20대인 자녀들은 SK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을 정점으로 한 SK그룹 지배구조가 탄탄하다는 얘기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 관장 측이 SK㈜ 등 계열사 지분을 가져갈 경우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SK㈜와 SK텔레콤을 비롯한 계열사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전날보다 6.5%(1만5000원) 하락해 올해 최저치(21만5000원)를 찍었다.

 이인철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는 “노 관장의 경우 아버지인 노태우(83) 전 대통령이 SK그룹이 이동통신 사업을 운영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알려진 만큼 재산분할에 있어서도 50% 이상을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통상 재벌가 이혼 소송에선 배우자가 수백억원을 받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통신사업권은 치밀한 준비와 공정한 심사 끝에 따낸 것이다. 최 회장 개인사가 그룹 경영에 영향을 미칠 부분은 적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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