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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노갑 “동교동계 탈당 고민, 내달 15일 전후 결단”

중앙일보 2015.12.30 03:44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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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자리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모인 동교동계 인사들. 왼쪽부터 이훈평 전 의원,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한연옥 전 민주당 인천 남동을 지역위원장, 박양수·김옥두 전 의원. 동교동계 인사들은 매주 화요일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정기 참배하고 있다. [김형구 기자]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DJ(김대중 전 대통령)맨이다. 묘비명에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권노갑’이란 17자만 새겨 달라고 말할 정도다. 호남 정치민심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그의 거취는 제1야당의 분당 규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그런 권 고문이 29일 “동교동계 집단 탈당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내년 1월 15일 전후로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당 잔류, 아니면 탈당 후 ‘안철수 신당’ 합류 중 양자택일 하겠다”고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일요일인 27일 신당 기조를 공개한 뒤 지난 사흘간 권 고문과 전화인터뷰를 하면서 속마음을 들어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잔류냐 안철수 신당 합류냐 택일
동교동계, 나와 박지원에게 일임
안철수, 내게 DJ 계승 의지 밝혀
많은 부분 수긍, 긍정 답변 해줬다”
동교동 인사 “오더만 기다리는 중”


 -동교동계 인사들이 집단 탈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많다.

 “모든 것을 나와 박지원 의원한테 일임했다. 결단을 하기 전에 주류건, 비주류건 다양하게 만나 얘기를 더 들어볼 생각이다.”

 더민주당에 남아 있는 동교동계 정치인들은 박지원·설훈 의원과 김상현·김옥두·남궁진·박양수·배기운·윤철상·이용희·이협·조재환·최재승 전 의원 등 20~30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권 고문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집단 탈당 시 호남, 그리고 수도권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

 -박 의원은 ‘루비콘 강가에 와 있다’고 했는데.

 “나와 얘기가 되고 있다. 마음은 어느 정도 정해졌지만, 아직 결정 내릴 때는 아니다.”

 -결단은 언제 하나.

 “내년 정월 중순까지는 해야지. 정월 보름, 그러니까 15일 전후로 해야지.”

 -탈당한다면 어느 쪽을 지지할 건가.

 “그거는 안철수지.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도 갈라서면 안 되고 전부 하나로 뭉쳐야 된다.”

 권 고문은 “어제(28일) 안 의원과 만났을 때 안 의원이 ‘신당을 통해 DJ의 정치철학과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공개했다. 권 고문이 신당의 정책 노선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 먼저 만나자고 연락해 1시간 정도 만났다고 한다. 권 고문은 “안 의원이 ‘중도개혁 정당으로 가겠다. 중산층과 서민 중심의 정치를 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DJ는 생전에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고 규정했었다.

 권 고문은 “안 의원이 통일 문제도 DJ와 같은 평화통일 정책을 지향하겠다고 했다”며 “전체적으로 DJ의 정치 이념을 이어받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에서 수긍이 됐고 그래서 격려해줬다. 긍정적으로 화답을 해 줬다”고 했다. “다시 (더민주당과)합칠 여지가 없는지 물어봤는데 ‘둘로 갈라설 수밖에 없다, 새 정치를 해야겠다’고 하더라”고도 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 고문은 매주 화요일 DJ 묘역(동작동 국립현충원) 정기 참배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 그런데 29일 모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훈평 전 의원은 “정치적 발언이 있을 것처럼 와전돼 권 고문이 이번에는 빠졌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호남 지지율을 바탕으로 ‘안철수 바람’을 확산시켜 나가자 호남에 내려가 ‘문재인 후보 중심으로의 단결’을 호소하고 다녔다. 당시 문 후보가 권 고문에게 연락해 감사의 뜻을 표한 적도 있다. 그런 만큼 권 고문이 안 의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건 이례적이다.

 이훈평 전 의원은 “동교동계는 항상 호남 민심을 대변해 왔고, 맨 앞에 권 고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DJ 묘역을 참배한 동교동계 인사 30여 명은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선 더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당명 개정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을 다 쫓아낸 세력(친노 세력)이 ‘민주당’을 말할 자격 있느냐” “더민주당 당사에 내걸린 DJ 사진도 떼어내야 한다” 등등.

 동교동계 출신으로 이미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이동섭 전 새정치연합 사무부총장은 “권 고문의 ‘오더(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며 “1988년 평민당 때 DJ가 당의 색으로 황색을 쓴 것처럼 안철수 신당도 노란색을 쓰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김형구·강태화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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