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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DUR법 … 마약성 의약품 얼마든 사모은다

중앙일보 2015.12.30 03:25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달 초 방송인 에이미(33·본명 이에이미)씨가 심부름센터를 통해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 20여 정을 구입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심부름센터는 아르바이트생 10여 명을 가짜 환자로 둔갑시켜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논현동의 내과들을 돌며 졸피뎀 2400여 정을 처방받아 되팔았다. 한 명이 병원 두세 곳에서 50정이 넘는 졸피뎀을 처방받은 날도 있었다. 이들이 졸피뎀 수천 정을 구해 되파는 동안 처방을 거부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경찰은 “병원과 약국들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졸피뎀을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일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처방·조제 정보 공유 의무화 안 해
병원 돌며 졸피뎀 처방 받기 쉬워

 DUR은 의약품 처방·조제 시 관련 정보를 의사 및 약사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처방을 차단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한 병원이 DUR에 의약품 처방 정보를 등록하면 다른 곳에서 해당 환자가 어떤 약을 얼마나 처방받았는지 알 수 있도록 한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5월 DUR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전국 병·의원 및 약국 등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 번 이상 DUR을 이용한 병·의원과 약국이 전체의 99.4%였다.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구멍이 뚫려 있다. 의사·약사가 DUR에 의약품 처방 정보를 등록하거나 처방전을 쓰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고치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DUR 의무화법’을 추진해 왔지만 의사협회 등의 반대에 부닥쳤고 결국 ‘의무화’ 부분이 사라진 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원 법안에는 ‘처방·조제 시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의약품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조항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삭제되고 ‘의약품 정보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권고 규정만 남게 됐다. 이 때문에 “껍데기만 남은 DUR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평원 관계자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사협회 등의 의견이 수용돼 과태료 부과가 빠져 ‘의무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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