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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없는 문화 창작소 … IT·디자인 93개 벤처 입주

중앙일보 2015.12.30 03:24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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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에 참석해 입주 기업인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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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잠실동의 석촌호수에 전시된 초대형 고무 오리 ‘러버덕’. [사진 뉴시스]


중구 관광공사 건물 리모델링 개관
마케팅·판로개척 등 원스톱 지원
LED 공연, 수묵 애니, 홀로그램 …
세계서 통할 킬러 콘텐트 개발 협업
박 대통령 “창조경제 견인차 역할을”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 석촌호수. 텅 빈 호수 한가운데 갑자기 등장한 1t짜리 초대형 고무 오리 ‘러버덕’은 사람들의 동심을 강타했다. 까만 눈과 앙다문 부리. 크기는 16.5m에 달했지만 절대적 귀여움을 자랑하는 이 거대 오리의 등장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한 달간 이어진 전시에 누적 방문객 수만 500만 명에 달했다. 온라인에선 러버덕을 관람하고 왔다는 ‘인증샷’이 유행할 정도였다.

 이 ‘러버덕 프로젝트’를 한국에 도입한 공연예술 벤처기업 앰허스트의 최진한(42) 대표는 전시 성공 후 고민에 빠졌다. 판다를 전시한 ‘1600판다+’ 등 창의적 기획들을 이어 갔지만 새 아이디어 고갈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신생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건 창의성과 아이디어인데 우리끼리만 해서는 한계가 있었다”며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인들과 수시로 소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낼 공간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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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컨버전스가 기획한 형광염료 드로잉 퍼포먼스. 아이디어 하나로 기발하고 창의적인 문화 콘텐트를 개발하는 93개 벤처가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다. [사진 케이컨버전스]

 최 대표의 이 같은 고민은 정부가 문화콘텐트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문화창조벤처단지가 29일 개관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졌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서울 중구 다동에 위치한 옛 한국관광공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93개 유망 벤처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은 공간이다. 기업별 특성에 맞게 입주 공간을 마련해주고 아이디어 기획, 상품화, 마케팅은 물론 기업 간 협업까지 지원하는 ‘문화 창작소’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콘텐트 산업은 제조업의 두 배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34세 이하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청년 산업”이라며 “경영 공백으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를 뒷받침해 온 CJ그룹을 비롯해 각 기관과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금 우리에게는 그동안의 성장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며 “문화창조벤처단지가 창조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벤처단지 규모는 지하 4층, 지상 17층으로 연면적 8000여 평에 달한다. 공연장과 테스트룸 등 각종 부대시설도 함께 들어섰다. 총 93개 입주기업은 정보통신(IT)·교육·디자인·공연예술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1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앰허스트 외에도 창의력과 실력을 갖춘 기업이 많다. LED 전구 같은 시각장비와 악기 연주를 결합한 ‘빛의 오케스트라’ 등 공연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케이컨버전스, 수묵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여민, 체험형 홀로그램을 제작하는 닷밀 등이다. 입주 기업들은 사무실과 부대시설을 2년간 무료로 제공받고, 향후 심사를 거쳐 최대 4년까지 임대료와 사업 지원 비용을 차등 지원받는다. 금전적 지원도 좋지만 입주 기업들은 ‘기업 간 협업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진다는 점에 더 큰 기대를 드러냈다. 신완호 케이컨버전스 대표는 “사무실과 부대시설 지원으로 월 200만~3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3D 홀로그램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세계 시장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정부 주도로 문화콘텐트 사업을 지원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두 번째 거점 시설이다. 지난 2월엔 벤처기업을 포함,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콘텐트로 구체화하도록 지원하는 문화창조융합센터가 서울 상암동에 문을 열었다. 정부는 향후 인재를 양성하는 문화창조아카데미와 테마파크 시설인 K-컬처밸리 등 4개의 거점 시설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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