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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이 본 2015 지구촌 현장] 8월의 쿠바 - 미국과 54년 만에 국교 정상화

중앙일보 2015.12.30 03:20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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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만의 미-쿠바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지난 8월17일, 아바나의 한 시민이 이를 환영하기 위해 자택 발코니에 쿠바 국기와 미국 성조기를 내걸었다. [아바나 AP=뉴시스]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지난 8월 14일 정말 더웠습니다. 아침부터 찌는 듯한 열기에 상의는 땀으로 젖었고 미국 대사관 건너로 보이는 짙푸른 바다는 그늘 없는 땡볕의 위력을 더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땡볕에서 2시간이나 기다린 인파는 미국 대사관에 성조기가 올라가자 환호를 터뜨렸습니다. 그 짧은 순간 1961년 관계를 끊었던 미국과 쿠바가 54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완료했습니다.

 쿠바가 어떤 나라입니까. 62년 소련의 미사일이 쿠바에 들어오려 하고 미국이 이를 막겠다며 해상을 봉쇄해 3차 세계대전 문턱까지 가게 만든 나라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쿠바까지의 거리는 145㎞. 그런 쿠바를 상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의 적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독트린으로 국교 정상화를 단행했습니다. 올해 오바마 외교의 화룡점정이었습니다.

 관광 천국인 쿠바를 자유로운 나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성조기 게양식 당일 미국 대사관 앞의 인파에서 쿠바 사복 경찰들의 번쩍이는 눈빛과 수도 없이 마주쳤습니다.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한 젊은 ‘사복’은 저의 어깨를 일부러 부딪히며 말이 필요없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취재를 그만 하라는 애기였습니다. 시내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쿠바가 강력한 행정·치안력으로 체제 유지의 고삐를 쥐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하지만 그런 쿠바도 먹고 살기 위해 미국의 달러를 택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역시 쿠바의 손을 잡아 중남미로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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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나 취재를 하면서 두 차례 가봤던 평양이 떠올랐습니다. 오바마의 쿠바가 북한이었다면 지금 한반도의 정세가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요. 하지만 올해 오바마 독트린은 아바나에서 그쳤고 평양은 미국을 상대로 적대시정책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8월 14일 아바나는 오바마 외교의 승리이자 한계를 보여주는 현장이었습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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