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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소방관 위해 … 예술제 기간에 성금 모은 대전유성고

중앙일보 2015.12.30 03:01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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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고 1학년 학생들이 소방관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 왼쪽부터 1학년장 선남혁, 전교부회장 김정렬, 부학년장 박정준.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유성고 1학년 학생과 학부모·교사들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소방관 돕기에 나섰다. 학생과 교사는 성금을 모금하고 학부모들도 바자를 열어 수익금을 보탰다.

본지 보도 보고 1학년생들 뭉쳐
교사도 동참, 학부모들은 바자회
혈액암 소방관 뜻 따라 성금 기부

 지난 21일 대전시 유성고등학교. 1학년 12개 반 모든 교실에 ‘생명을 구하려다 자신을 희생한 소방관 아저씨들 돕기 행사 추진’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불 속 누볐는데 억대 암치료비 돌아와’라는 제목의 본지 보도(12월 1일 10면)를 본 1학년 학생회 임원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제안했다. 커다랗게 복사한 신문지면과 함께 ‘백혈병·혈액암과 같은 희귀병과 싸우는 소방관아저씨들이 있습니다. 정부지원도 어렵다고 합니다. 학생 여러분, 감사의 성금과 마음을 전하면 어떨까요?’라는 글로 동참을 호소했다.

 학교 행사인 제15회 구암예술제가 열린 22일, 학생들은 부스를 설치하고 포스터를 만들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이성찬(47) 소방관을 비롯해 병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글을 담았다. 반별로 롤링페이퍼에 응원 메시지를 작성했다. 1학년 409명 전원이 메시지를 남겼다. 한 학생은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하고 존경해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화재진압을 하다 다쳐도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썼다. 1학년 5반 학생들은 이 소방관에게 ‘꼭 이겨내세요’ ‘힘내시고 빨리 일어나세요’라며 쾌유를 빌었다. 장래 희망이 소방관이라고 적은 1학년 3반 한 학생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 응원하겠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소방관들에게 보낼 손 편지와 연하장도 작성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예술제 기간에 성금을 모았다. 학부모 20여 명은 바자회를 열었다. 어묵·떡볶이·튀김 등 간식을 만들어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싸게 팔았다. 수익금 58만 7000원을 성금에 보탰다. 이렇게 모은 돈은 총 148만원이다. 학부모 회장인 양성숙(45·여)씨는 “아이들이 좋은 일을 한다기에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왔다”며 “시민을 위해 고생하는 소방관을 돕는데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다”고 했다. 김구중 1학년 부장교사는 “중앙일보 보도를 보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성찬 소방관은 “그 동안 도와주겠다고 한 분이 여럿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마음만 받을 테니 성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 학교 측은 성금을 이 소방관의 이름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본지 보도 이후 정부는 백혈병·혈액암 투병 소방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투병 소방관의 무료 변론과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시민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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