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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정호가 만든 길, 망가뜨리지 않겠다”

중앙일보 2015.12.30 02:33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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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곧 실패라고 생각한다.”

한국 돌아온다는 건 실패라 생각
주전경쟁 이겨 미국서 은퇴할 것

 생글생글 웃었지만 김현수(27·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말은 비장하게 들렸다. 내년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둔 김현수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간에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힘)’의 각오를 밝힌 것이다.

 김현수는 29일 서울 삼성동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에도 미국에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에이전시로부터 ‘미국에서 뛸 수 있다’는 연락을 받은 뒤에야 실감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김현수는 “미국에서 잘 뛰다가 은퇴하고 싶다. 계약할 때 먼저 미국에 간 강정호(28·피츠버그) 생각이 많이 났다. 정호가 잘해줘서 나도 MLB에 갈 수 있었다”면서 “정호가 잘 만든 길을 망가뜨리지 않겠다. (2년 뒤) 날 원하는 팀이 없어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그건 실패”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지난 24일 볼티모어와 2년 총액 700만 달러(약 82억원·추정)에 계약했다.

 강정호와 박병호(29·미네소타)가 장기계약(4년)을 한 것과 달리 볼티모어는 김현수와 2년 계약을 맺었다. 김현수가 MLB에 빠르게 정착한다면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 있다. 김현수의 대리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는 “계약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마이너리그 거부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김현수는 조심스럽다. 그는 “목표는 밝히기 어렵다. 나는 미국에 가면 루키다.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내년 개막전(4월 5,7,8일)에서 박병호와 펼칠 맞대결에 대해서는 “둘이 안타 하나씩 치고 경기는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가 MLB 투수들의 빠른 공에 얼마나 잘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그는 “직접 투수들과 상대해 봐야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어 실력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못한다. 그래도 통역원이 있으니까 문제없다”며 웃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에서 등번호 25번을 달게 됐다. 그는 “(두산에서 썼던) 50번은 이미 주인(투수 미겔 곤잘레스)이 있어서 25번과 27번 중에 골랐다. 27번은 강정호가 달고 있는 번호여서 배리 본즈가 달았던 25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다 2007년 은퇴한 본즈는 MLB통산 최다 홈런(762개)을 기록한 강타자다.

 꼭 붙어보고 싶은 투수로 김현수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보스턴의 데이비드 프라이스(30)를 지목했다. 2012년 AL 사이영상 수상자인 프라이스는 평균 시속 94마일(151㎞)의 강속구를 뿌린다.

 28일 개인훈련을 시작한 김현수는 6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다음달 9일 결혼한다. 신혼여행은 생략하고 1월 중순 미국 LA로 건너가 볼티모어 구단 훈련장에서 몸을 만든 뒤 2월 중순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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