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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평화의 발’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중앙일보 2015.12.30 01:45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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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
정치부문 기자

육군이 지난 2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야심작을 세웠다. ‘평화의 발’이라고 이름 지은, 군화를 신은 발목을 형상화한 상징물(조각)이다. 육군은 국내 대기업의 후원으로 이 상징물을 만들었다. 지난 8월 4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 다리를 잃은 김정원·하재헌 중사(진급 예정)를 기억하자는 의지가 깔려 있다.

 이 조각에는 이어진 북한의 포격 도발(8월 20일) 등 군사적 긴장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방문객들에게 전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래서 상징물에 당시 한국군이 응사한 포탄의 뇌관 한 개를 녹여 넣었다. 비무장지대(DMZ)의 흙을 가져다 주변에 뿌리는 열정도 보였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부적절하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상징물의 공식 명칭을 ‘평화와 하나 됨을 향한 첫걸음-평화의 발’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임진각이 통일과 분단을 상징하는 곳이어서 평화의 발걸음이자 북한 도발을 강조하는 형상”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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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북한 지뢰 도발을 잊지 말자는 뜻의 ?평화의 발? 제막식이 23일 임진각에서 열렸다. [신인섭 기자]


 그럼에도 잘린 발목을 형상화한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당시 두 하사의 다리가 절단된 내용을 알고 본다면 성급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다. 블루문(kickthebaby)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상징물이 혐오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뢰 도발에 관한 대중적 논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였다면 저런 상징물을, 그것도 임진각에 세우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피해자들을 제막식에 초청한 것 역시 신중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 중사는 29일 중앙보훈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의족을 신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겼다. 마무리 재활치료를 위해서였다. 군 당국은 두 중사의 언론 인터뷰 요청에 “지금 치료 중이어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이 우려돼서”라고 고사했다. 그런 두 중사를 제막식장에 데려가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되새김시키는 게 올바른지 의문이다.

 상징물 제작이 그리 시급했냐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작전 중 한국군이 심어놓은 지뢰를 밟거나 수류탄을 던지다 손목이 절단된 장병들은 규정을 들어 본인에게 치료비를 물리거나 의수를 해줄 수 없다던 군이었다. 외상센터 설립이나 전문의 확충도 예산으로 주춤거린 군이 상징물 제작은 4개월 만에 뚝딱 해치웠다.

 지난여름 북한의 군사적 긴장고조 때 장병들이 전역을 연기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세상에 이런 군인들이 있네요”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두 하사를 내세운 군의 홍보 열기가 대통령 눈치 보기나 지휘관 공 세우기용이 아닌 진정성이 깃든 행동이었으면 한다.

글=정용수 정치부문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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