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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학교 자유학기제, 하려면 제대로 해라

중앙일보 2015.12.30 01:39 종합 34면 지면보기
새해 3월부터 전국 3204개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중학교 2학년 1학기까지 세 학기 중 한 학기는 시험을 보지 않고 현장 체험·토론·진로탐험 중심으로 운영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자는 취지다. 초등생 때부터 시험에 찌든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창의성·자율성을 살찌우기 위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반드시 정착시키라”며 누누이 강조한 정책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엊그제 내놓은 계획은 파격적이다. 서울 284개 중학교 1학년 7만 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지필시험은 한 번만 치르고, 자유학기제를 연간 단위로 운영한다. 1학기는 교과 융합, 토의·토론, 프로젝트 등 학생 참여형 수업 위주로 구성해 기말고사만 보고, 2학기에는 170시간 이상 체험 위주의 자유학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식이다. 교육부의 한 학기 ‘무시험’ 운영 지침을 더 확대한 것이다. 다음달 운영안을 확정하는 다른 16개 시·도교육청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사상 처음 시행되는 자유학기제가 뿌리내리려면 양질의 다양한 프로그램 확보가 필수다. 현장 견학과 진로캠프, 직업 체험 등 포장만 화려하고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노는 학기’가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교사들의 운영 자율권을 확대하고 실용적인 모델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해야 한다. 도시와 농산어촌 간 인프라 격차 해소도 시급하다.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현장학습 기회가 적은 지역의 학생을 위한 콘텐트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교육의 기승이다. 시험도 안 치러 성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학부모가 자녀를 학원으로 떼밀 가능성도 있다. 일부 학원은 벌써부터 선행 학습을 꼬드기는 홍보를 하고 있다. 교육 당국의 철저한 지도와 관리가 필요하다. 경제계·학계·문화계·공공기관·지역사회의 협력도 요구된다. 경제5단체가 진로체험 기회를, 한국신문협회가 신문활용교육 등을 지원키로 한 것이 좋은 예다. 교육 당국은 미비점을 꼼꼼히 점검해 튼실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공급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성과와 속도가 더딘 교육개혁의 이미지를 바꿀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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