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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우리도 우주로 가야만 한다

중앙일보 2015.12.30 01:39 종합 3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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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산업부장

지난 21일 미국의 민간 우주로켓 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한 후 추진 로켓을 지상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 달 전에는 블루오리진이라는 회사가 로켓을 100㎞까지 쏘아 올린 뒤 추진 로켓을 회수했다. 이런 외신을 접하며 든 느낌은 놀라움보다는 의아함이다. 어떻게 민간 업체가 이런 최첨단 우주항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까 하는. 자료를 뒤져 보니 의문은 쉽게 풀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06년 상업용 궤도 운송 서비스(COT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민간이 만든 로켓으로 화물과 승무원을 우주정거장까지 실어 나르겠다는 계획이다. NASA가 관련 기술을 제공했고, 대학과 각종 연구소의 방대한 인력 풀이 활용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런 식이라면 한국이 우주항공산업에 뛰어드는 건 무리다. 격차가 너무 크다. 하지만 우리도 미국이 우주로 가는 것에 버금갈 정도의 일을 벌여야 한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면 더 좋다.

 의료서비스산업은 딱 그렇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의료계에 잔뜩 몰려 있다. 일부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다. 투자자금도 대기 중이다. 미국의 우주항공처럼 그 기반이 넓고 깊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각종 규제와 밥그릇 싸움에 휘말려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는 걸음마 수준이다.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놓치고 있는 산업은 이뿐이 아니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시스템반도체도 그중 하나다. 의료처럼 관련 인력과 산업 기반이 좋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한국은 여전히 후발주자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시스템반도체가 중요하다며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욕먹지 않으려고 이곳저곳에 나눠주다 보니 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미래 먹거리로 몇 개 사업분야를 정하자. 그리고 싹수가 보이는 회사에 10조, 20조원 쏟아붓는 거다. 이를테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한미약품에 가능성이 보이면 넉넉잡고 10조원 정도 투자하는 식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그러면 그런 걸 연구하는 대학에, 연구소에 흐르고 넘칠 정도로 투자하는 건 어떤가. 그곳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해타산 가리지 않고 미래를 꿈꿔 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인들이 ‘그것?’ 하면 ‘한국’이랄 수 있는 걸 한두 개라도 만드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제2의 삼성전자·현대자동차를 만들어야만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 하지만 안 될 것이다. 경제가 죽겠다고 난리인데 국회의원이 “엄살 부리지 말라”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사장은 때아닌 호황이 두렵다. 중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자신은 돈은 벌지만 디스플레이 주도권이 곧 중국으로 넘어갈 것 같아서다. 젊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박봉을 견디지 못하고 외국으로 떠난다. 그것도 중국으로. 이런 얘기에 가슴 답답해서 해보는 공상이다. 병신년(丙申年)이 두렵다.

김준현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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