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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위기극복 DNA를 점화시키자

중앙일보 2015.12.30 01:36 종합 3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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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2016년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시련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회적 위기의식이 고조될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식이 높아지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우리 국민 특유의 DNA가 있기 때문에 사회 지도층이 합심해 국민 여론을 잘 선도해 나가면 전화위복의 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 극복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때는
금융·재정 개혁으로 일본 추월
우리 국민 특유의 DNA 재점화
금융기관·기업 구조조정하고
선거 통해 정치권 탈바꿈을


 내년의 지구촌 경제는 미국의 단계적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이동의 소용돌이 때문에 신흥시장이 위축되고 중국의 구조적 성장둔화로 우리의 수출환경은 금년보다 악화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수출환경 악화와 내수신장의 한계를 의식해 투자를 꺼리고 고용 구조조정을 앞당길 조짐을 이미 보이고 있다. 내수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청년취업난, 고령 은퇴층의 소비위축, 소득 증가를 앞질러 가는 가계부채 증가 때문에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의 가장 큰 위기요인이자 동시에 기회요인은 정치환경 변화라고 생각한다. 내년 4월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는 이미 야당이 노동개혁 입법에 제동을 거는 부작용을 만들고 있지만, 다시 한번 우리 경제를 포퓰리즘의 늪으로 밀어 넣느냐, 아니면 우리 기업들과 국민의 위기극복 DNA를 자극해 구조개혁을 뒷받침하고 재정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치환경을 마련하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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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닮아가고 있는 여러 가지 징후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엔고 현상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자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개혁보다는 재정적자를 늘려 저성장을 극복하려는 안이한 정책을 동원했다. 그 결과 저성장 극복의 실효도 거두지 못하고 국가채무 비율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놓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벌써 복지수요는 늘어나는데 재정수입 증대는 한계에 직면해 국가공공채무는 빠르게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정치권의 책임이라 하겠다. 이른바 87년체제로 불리는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대통령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바꾸는 절차적 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불과했을 뿐 엄정한 삼권분립을 통해 국가권력의 독점을 막고, 다수결원칙이 존중되는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국민적 통합을 뒷받침하는 성숙한 민주화를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여야 정치권이 제왕적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정권 쟁취에만 몰두해 상대 진영의 실패를 자기 진영의 승리로 생각하는 제로섬 정치게임에 영일이 없는 현실을 국민은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계기로 우리의 국가경영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어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가를 치열하게 토론하고 올바른 개혁의지와 비전을 가진 정치세력에 국민의 지지를 몰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혁명을 통한 2단계의 정치민주화를 점화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4년 전 총선 때처럼 또다시 증세 없는 복지 경쟁에 현혹되거나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권의 놀음에 국민이 계속 끌려 다니도록 방관하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특히 경제관료들은 한국 경제를 위기상황에서 건져 내겠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온몸을 던져 위기 요인들을 정면 돌파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중국 수출시장의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개성공단 같은 특구를 늘려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는 과감한 남북경협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청년일자리 창출은 재벌 총수들을 을러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대응하는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되는 것이므로 구조조정을 힘들게 하는 걸림돌들을 과감히 제거해 주어야 한다.

 가계부채는 주택 마련을 위한 청년층의 실수요에 의해 확대된 것이므로 이를 성급히 축소하기보다는 선진국들처럼 20년 장기 분할 상환제를 도입해 제도적으로 안정시켜야 한다. 지난 반세기 산업화 과정을 돌이켜보면 우리 기업들과 국민의 위기극복 DNA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70년대에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국가예산 동결과 부실기업 정리를 통해 극복했고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는 고통스러운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을 통해 은행과 대기업들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스마트폰과 정보기술(IT) 산업, 자동차와 조선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우리 국민 특유의 위기극복DNA를 재점화시켜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고 내년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탈바꿈까지 도모하면 일본의 저성장 트랙을 답습하거나 유럽 같은 복지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우리가 당면한 경제위기를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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