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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때문에 대부금리 상한선 없어질 듯

중앙일보 2015.12.30 00:47 경제 2면 지면보기
양현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29일 고금리 대출을 하는 4개 금융업권(대부업·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의 협회 부회장을 긴급 소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부업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협회 소속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현행 법정 최고금리(연 34.9%)를 넘는 대출 이자를 받지 않도록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평소와 달리 ‘당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국회에서 올해 말로 끝나는 대부업 최고금리 일몰 시한을 연장(3년)하지 않으면 대출금리의 상한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부업체가 금리 규제의 공백을 틈타 연 50~100%의 고금리를 받아도 법적으로는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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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발목 잡힌 민생법안
올해 지나면 34.9% 상한규제 소멸
현장 점검, 규제 공백 피해 막기로
구조조정촉진법 효력 상실 위기에
워크아웃 대상 기업 미리 알리기도

 금융권이 연말연시 ‘국회 리스크’로 혼란에 빠졌다. 대부업법처럼 내년 제도 연장이나 개선을 위해 법 개정이 꼭 필요한 사안이 국회에 발목을 잡혀서다.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대부분이라 법사위원회·본회의를 연이어 통과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이 법안들은 대부업 금리, 기업 구조조정 같은 민생 현안과 관련돼 있어 국회 통과가 안 되면 서민과 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연내 법안 통과가 안 될 상황을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했다. 우선 대부업법 개정이 무산되면 다음달 초 금융위·금감원 합동으로 평균 대출 금리가 연 30%대 안팎의 대부업체를 현장 점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체 대부업체·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금리 운용 실태를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27.9%로 낮추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안이 통과 안 되면 대부업체가 연초 심사 문턱을 낮춰 연 30%대 금리 대출을 크게 늘릴 수도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규제 공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고금리 적용 실태를 점검한 뒤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리스크로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수단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도 쓸 수 없는 카드가 될 처지에 놓였다. 이 제도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올해 말로 일몰시한이 끝나기 때문이다. 여야는 기촉법을 2년 6개월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법안은 여전히 정무위 법안소위에 묶여 있다. 법안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내년부터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채권은행 자율협약이나 기업을 청산할 수도 있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당장 ‘발등의 불’은 금감원이 30일 오후 발표하기로 한 워크아웃 대상 대기업이다. 주채권은행은 이들을 대상으로 31일까지 이틀 안에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컨틴전시 플랜 차원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미리 주채권은행을 통해 워크아웃 기업 대상에 결과를 알렸다. 실제 산업은행은 29일 동아원과 한국제분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두 회사는 자금난으로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지난 21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기업은 연내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해당 기업의 이의제기와 주채권은행의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2~3일 안에 결정을 내리기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워크아웃 신청을 못한 기업은 내년 초 채권은행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기촉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다시 워크아웃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자율협약 참여 기업이 반발하면 워크아웃 전환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행법)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자본시장법) ▶주택연금 가입연령기준 완화(주택금융공사법) ▶서민금융진흥원 신설(서민금융생활지원법) 개정안을 비롯한 다른 금융개혁 법안도 마찬가지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1년간 추진한 금융개혁이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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