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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수제 가위 장인 김봉기씨

중앙일보 2015.12.30 00:10 강남통신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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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평생 함께할 가위 찾는 미용사들이 제 고객이죠



지난 15일 인천의 작업실은 이른 아침부터 철을 두드리고 날을 다듬는 날카로운 쇳소리로 요란했다. 김봉기(44) ‘우리시저스’ 대표는 철판과 주물 기계로 둘러싸인 작업실 한편에서 가위를 들고 걸어 나왔다. 17세에 가위 만드는 일을 시작한 그는 우리나라 1세대 수제 가위의 장인으로 불린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가위를 만드는 거였죠.”

 김 대표의 고향은 전북 군산. 가위로 유명한 곳이다. 좋은 가위를 만들 때 쓰는 고급 철을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했는데, 군산은 일본과 교류가 잦은 지역이라 재료를 구하기 쉬웠다. 지금도 좋은 가위 대부분은 군산에서 만든다.

 김 대표는 그중에서도 미용 가위를 만든다. “27년 전 당시엔 미용 가위 만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다 했지요.”

 가위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어려운 게 미용 가위다. 미용 가위는 남자 머리카락의 길이를 다듬는 장가위, 숱을 치는 틴닝 가위, 머리를 나란히 직선으로 다듬는 블런트 가위, 가볍게 층을 내는 스트로크 가위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같은 블런트 가위라도 칼날의 길이나 모양, 손잡이 비율, 칼날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가위가 된다.

 그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미용 가위를 만드는 정석 같은 건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좋은 가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서 연구해야 했다. 수천 개의 가위를 만들며 좋은 가위 만드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가위의 기준은 절삭력과 내구성이다. 현재 그가 만드는 가위의 종류는 40~50종에 이른다. 모두 이 기준을 통과한 제품들이다. 그는 한 달에 200~300개의 가위를 만든다. 철판을 오려낸 뒤 연마해서 날을 갈고, 다시 예리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든 수제 가위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는다. 2013년에는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출연해 ‘비눗방울도 자르는 가위장인’으로 화제가 됐다. “오랜 수작업의 결과죠. 끊임없이 문지르고 갈아내다 보면 어느 순간 ‘됐다’ 싶은 순간이 오는데, 이건 기계가 알 수 없는 영역이에요.”

 김 대표에겐 오랜 단골이 많다. 비싸도 좋은 가위를 사려는 손님들이다. 평생 쓸 자신만의 가위를 갖고 싶어하는 미용사들이 많다. 낡은 가위를 버리고 새 가위를 사기보다 날을 갈고 수리해서 평생 함께할 나만의 가위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꾸준함과 정성”은 그가 말하는 장인 정신의 핵심이다. “연이 닿아 미용 가위가 제 평생의 직업이 됐지만 그게 다른 일이었어도 지금처럼 몰두했을 겁니다. 꾸준함과 정성이 있으면 못 할 일이 없지요.”

만난 사람=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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