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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2015년의 풍경

중앙일보 2015.12.30 00:10 강남통신 7면 지면보기
해 질 녘 작은 마을의 풍경은 아름다웠습니다. 얼마 전 찾아갔던 강원도의 한 바닷가 마을 이야기입니다.

 6층 건물 옥상에서 꽤 오랫동안 마을을 바라봤습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자 집집마다 노란 불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도로에는 빨간 불을 단 자동차가 줄지어 지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 학생들,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들, 저녁 시간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다정하게 모래사장을 걷는 연인도 있었죠. 한 해 농사를 끝낸 논밭은 한적했습니다.

 멀리서 봐서 그렇게 아름다웠던 걸까요. 자동차 안에선 왜 이렇게 길이 막히느냐고 짜증 내는 사람도 있었을 거고, 성적이 안 올라 한숨 쉬는 학생도 있었겠죠. 행복하게 집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였던 직장인은 어쩌면 지친 어깨를 늘어뜨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니 마치 멀리서 바라본 마을 풍경처럼 아름답게만 느껴집니다. 러시아 작가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 나오는 구절처럼 말이죠. 푸시킨이 그랬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리니.’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 실린 사연들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연말 특집으로 기획한 독자 사진 콘테스트 ‘응답하라 2015’에는 다양한 연령대 독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사진들이 도착했습니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연이었습니다. 한 독자는 이번 이벤트에 응모할 사진을 고르며 가족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다며, 고맙다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지만 그 안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낸 즐거운 순간들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겠죠.

 일 년 전 세웠던 계획 중 뭐 하나 제대로 해낸 건 없지만, 그래도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으리라는 기대로 남은 이틀을 보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내년에 뵙겠습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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