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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日정치인은 부주의한 발언 삼가해야" 日전문가, 위안부 진단

중앙일보 2015.12.29 13:29

한일 외교장관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에 대해 일본의 한반도ㆍ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일정 부분 평가를 하면서도 양국에 여러 주문을 했다. 다음은 28일 회담 직후 e메일로 받은 전문가 4명의 견해다 .(가나다 순)

”양국 사회간 합의 아닌 양국 엘리트간 합의“

◇기무라 칸(木村幹) 고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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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논의됐던 내용이 전부 들어가 놀라고 있다. 특히 한일 양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에 합의한 것은 1990년대 이후 4반세기에 걸친 위안부 문제에서 획기적이다. 또한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한국 정부가 ‘정부 요구로서의 법적 배상‘을 단념한 형태가 됐다.

이번 합의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관여를 인정한 것과 합쳐보면 거의 1993년의 고노담화 단계로 돌아온 내용이 됐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 관해 양국 정부가 국내에서 충분한 사전 절충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양국 정부 엘리트에 의한 합의에 불과하고 양국 사회간 합의가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갖고 있다. 전 위안부 등에 대한 사전 설명이 충분했는지도 큰 의문의 여지가 있다. 획기적인 것이지만 한편에선 매우 성급한 합의라고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합의 내용이 어떻게 실천돼 나갈 것인가다. 이 점에서 무거운 부담을 진 것은 일본 정부보다는 한국정부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가 이번에 합의한 것은 정부 정상이 사죄의 뜻을 표명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10억엔 상당을 출자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거의 95년 무라야마 정권 당시의 해결안과 같은 수준이다. 게다가 재단의 운영 책임을 (일본이) 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이행은 비교적 용이하다.

한국 정부에선 일본 정부에서 받은 자금을 전 위안부들에게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라는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됐다. 당연하지만,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나 나눔의 집 등 지원단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상황을 보면 한국 정부와 지원 단체에 충분한 신뢰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또한 둘 사이는 이번 합의로 한층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제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우려해야할 점은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것에 의해 한일 양국 여론에서 상대국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것이다. 양국 여론에서 상대측 정부는 불성실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인상이 이미 확산돼 있어 만약 이번 합의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그 인상이 사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부가 지원단체 등과 끈질기게 교섭해 귀중한 합의와 그에 의해 얻은 자금을 유효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이번 합의는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으로 생각해야”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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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직전 한일 쌍방의 ‘정보전’이 있어 정말로 합의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한편으로 종래의 한일 정부 입장을 고려하면 큰 변경이 없다. 최소한 한일 쌍방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지켰다는 점에서 쌍방의 지혜가 발휘된 합의라고 평가한다. 특히 아베 총리의 과거 정치적 언동이 이 합의와는 정반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총리로서 현실적인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박근혜 정권도 언제까지 역사 카드, 위안부 카드로 일본은 비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대미 관계를 고려하면 이 정도에서 창을 거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 결과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책임’이 됐고, 또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대한 일본 정부 예산의 출자라는 형식이 됐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서 상징되는 국제사회에서의 상호 비판, 비난의 자제는 일본 정부가 가장 중시한 것이기 때문에 언급됐을 것이다. 다만, 위안부 할머니 당사자 및 지원단체,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100%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설득은 물론 일본 정부와 사회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합의문에서 언급된 대로 한일 모두 이 합의상의 조치를 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한국에서는 물론 ‘법적 책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 등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게 있는 만큼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인내를 갖고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그 아베 정권이 이 정도까지 타협했다”고 하는 견해가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큰 이론(異論)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 주변에는 이번 합의와는 실질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적잖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허사로 만들어버리는 ‘망언’이 속출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 위에서 이번 합의를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기금 설립 등을 지체 없이 진행시켜 한일관계 개선의 원동력으로 삼아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 중국의 대국화 및 미중 관계에 대한 대응 등 한일이 공유하는 과제에 대해 상호 협력을 진척시켜나가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양국 정부가 난제를 두고 합의를 형성한 것은 일단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 역사인식 문제가 한일 관계 전체를 뒤덮게되는 것은 회피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기자회견에서 만족할 수 없다고 표명한 점이다. 모처럼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출자ㆍ협력해서 기금을 만들기로 합의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도록 하는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에 관해 활동해온 한일의 여러 운동단체 힘도 가능한 한 빌려 한일 전체의 체제로 이 기금을 운영해나가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그렇게 해야 이번 합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만족을 줄 수 있다.

”위안부 피해자와 운동단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아니다“

◇와타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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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외교장관 회담이 최종 타결이라고 한 것은 의외였다. 한국 정부는 꽤 힘을 기울여 교섭을 계속해왔지만 힘이 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최종적인 해결에 이르는데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피해자가 받아들이고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에 어디까지 근접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실마리가 되는 것은 한일을 포함한 위안부 지원 NGO에서 만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 연대회의‘가 지난해 6월 진지한 토의 끝에 정리한 제안이다. 제안은 고노담화를 토대로 그것을 계승·발전시킨다는 입장에 선다. 그 위에서 가해 사실을 인정한 사죄와 사죄의 증좌로서 금전적인 지불 등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번 합의의 사죄 부분은 아시아여성기금 당시의 총리 사죄 편지를 되풀이한 것이었다. 아시아여성기금의 위안부 정의(定義)에서 ’전쟁의 시대에 일본군 위안소에 많은 여성이 모집돼 장병에 대한 성적 봉사를 강요당했다‘고 돼있는 한 구절이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해왔었지만 (이번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한 것은 의미있는 전진이다. 문제는 이 사죄를 어떻게 피해자에 전할 것인지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이다. 역시 일본 대사관 관계자가 피해자를 방문해 사죄의 뜻을 전한다고 하는 사사에(전 외무성 사무차관)안 이래의 구상이 필요하다. 방문하게 되면 일본 정부는 사죄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자금을 냅니다, 나중에 한국 정부의 기금에서 송금되기 때문에 수령하기 바랍니다’라고 하는 문서를 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세부 실시 조치를 생각해야 이번 방안은 의미를 가진 해결안이 된다.

그러나 현 방안대로라면 한국 정부가 만드는 기금에 10억엔을 기부해 사용하도록 한다고 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반발을 부를지 모른다. 양국 외교장관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확약한다”고 선언했지만 한국의 피해자와 운동단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결은 없고 수요 데모도 끝나지 않는다. 소녀상도 옮겨지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 초 위안부 문제가 제기된 이래 4반세기. 피해자가 숨지거나 고령화해서 해결에 남은 시간은 이제 거의 없다. 대부분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자는 일본 정부의 대표자가 사죄의 편지를 보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에게 한단계 더 노력을 바라고 싶다.

“아베 총리는 본인 입으로 ‘사죄와 반성’ 표명해야”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志) 리쓰메이칸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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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고노 담화에조차 부정적이었던 아베 정권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 공식 석상에서 군의 관여와 일본 국가로서의 책임을 표명하고, 아베 신조 총리의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밝힌 것은 진전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것이 ‘최종적, 불가역적인 해결’이 돼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한국내 여론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종적 해결’ 전에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과 협의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이번 합의가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인지는 한국 여론의 동향에 달려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이지만 국민적 차원의 해결을 위해서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 외교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타협’을 ‘해결’로 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이번 ‘타협’에 대해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일본은 ‘법적 책임’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한국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기시다 외상이 재단에 대한 자금 갹출에 대해 “한일이 협력해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배상이 아니다”고 한 발언은 불필요했다. 아베 총리는 기시다 외상을 통해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지만 본인의 입으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베 총리는 1월 정기 국회 시정 연설 등 공식 석상에서 스스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해야 한다. 아베 총리의 ‘진정성’을 한국 국민이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 측에서는 특히 정치인이 부주의한 발언을 삼가해야 한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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