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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일본이 잃은 건 10억 엔” 소녀상엔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

중앙일보 2015.12.29 02:51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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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2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기시다 외상은 회견 발표문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이며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한국과 일본의 해묵은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타결한 직후 양국 외교장관들은 “한·일 관계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박근혜 대통령 면담 후 일본 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기시다 외상은 “일본이 잃은 건 10억 엔(일본 정부가 내기로 한 기금)”이라고 했다. 일본의 법적 책임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데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앞으로 적지 않은 불씨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국 엇갈린 입장, 불씨 남아
기시다 “10억 엔, 배상금 아니다”
소녀상 놓고도 한·일 간 해석 달라
일본 이행 여부 따라 재론 가능성


 ◆일본 외상 "책임 문제 종지부”=기시다 외상은 “이번에 일본이 잃은 것은 없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잃은 것이라고 하면 10억 엔일 게다. 일본 예산으로 내는 것이니…”라고 답했다. 합의문에 ‘도의적 책임’이란 표현이 빠진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기시다 외상은 “도의적 책임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으며 법적 책임은 (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점도 변함이 없다. 다만 이번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로 책임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서도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발표문에서 밝힌 “가능한 대응 방향을 관련 단체와 협의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다른 뉘앙스다.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외교장관 회담 이틀 전인 지난 26일 “협상 타결 후 한국 측이 소녀상을 서울 남산에 설치 예정인 추모공원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는 벌써 “소녀상 이전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갈등과 후유증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성공회대 양기호(일본학과) 교수는 “소녀상 이전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일본 정부의 대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지원기금의 성격은=국내에 설립될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재단을 지원하는 일본 정부 예산의 성격도 애매하다. 이날 한·일 외교장관의 발표문에는 ‘일본 정부의 예산’이란 문구는 명시했지만 돈의 성격에 관한 설명은 없다. 이와 관련, 기시다 외상은 일본 기자들에게 “배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원기금으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자칫 지원금이 배상금으로 해석될 여지를 미리 차단한 것이다.

 일본의 지원금을 배상금으로 규정할 경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향후 일본이 지원하는 재단 운영자금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외대 남궁영 정치언론대학원장은 “한국에 재단이 설립되기에 일본 지원기금의 성격이 모호해질 수 있다”며 “마치 위안부 문제가 양국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당위성을 갖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부 문제 종결됐나=일단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겉으론 봉합됐다는 의견이 많다. 기시다 외상은 “(향후) 조치들을 한국 정부와 함께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이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또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한다”고도 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번 협상 타결로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NHK 방송 등은 일제히 ‘한국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에 합의했다’는 제목을 홈페이지 톱뉴스로 올렸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앞으로 보일 조치 이행의 수준과 자세에 따라 쟁점이 다시 불거질 여지도 있다. 이번 양국 발표문에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은 만큼 위안부 재단 운영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

글=최익재·정용수 기자 ijchoi@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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