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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구장서 매달 3~4개 대회 개최… 테니스·정구 메카로 뜬 순창군

중앙일보 2015.12.29 01:43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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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정구선수들이 17일 실내 코트에서 순창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정구 기본동작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서울시청팀은 매년 3개월 이상 순창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순창=프리랜서 오종찬]


 함박눈이 쏟아지던 지난 17일 전북 순창군 순창읍의 다목적 돔구장. 적색 황토가 깔린 실내 코트에서 서울시청 남자 정구팀의 전술 훈련이 한창이었다. 선수들은 두 명씩 짝 지어 앞뒤 좌우로 코트를 내달렸다. 같은 돔구장의 한쪽 편에서는 충북 옥천여중 선수들이 기본동작 가다듬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년 내내 110여 개 팀 전지훈련
“직접적 경제효과 연 50억~60억”


 한우식 서울시청 감독은 “순창은 눈·비가 와도 맘껏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데다 음식 맛도 좋고 주민 인심까지 후해 훈련 장소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순창군은 전체 군민이 2만9000여 명에 불과하고 테니스팀 하나 없는 시골이다. 하지만, 테니스와 정구 선수들이 연중 끊임없이 찾아와 수십억 원을 떨어뜨리고 간다. 테니스와 정구는 경기장 규격이나 규칙이 비슷하다. 테니스공은 딱딱하고 정구공은 소프트한 게 다른 정도다.

 순창에서는 월 평균 3~4개씩 테니스·정구 대회가 열린다. 다른 지역의 운동장이 개점 휴업에 들어가는 내년 1월만 해도 ‘전국 중학교 테니스 스토브리그(4~9일)’ ‘전국 유소년 정구대회(17~22일)’ ‘전국 중고 시도대항 테니스 대회(25~2월3일)’ 등이 열린다. 해외 선수도 찾아온다. 지난 4월에 개최된 ‘국제 주니어 테니스선수권대회’에는 14개 국에서 300여 명이 참가했다.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온 청소년들은 경기가 없는 날이면 고추장 담그기, 떡 메치기 등 전통문화 체험을 즐겼다.

 전지훈련을 위해 순창을 방문하는 발길도 1년 내내 이어진다. 110여 개 팀이 짧게는 1~2주일, 길게는 1~2개월씩 머문다.

 순창군이 ‘테니스와 정구의 메카’로 떠오른 것은 한 발 앞선 투자 덕분이다. 2008년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18억원을 들여 4면짜리 돔구장을 지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경기시설을 갖춘 것이다. 올해 4면을 추가로 건립했다. 실외 하드코드까지 포함해 총 18면이나 된다.

 주민들의 정성어린 손님맞이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숙박업소는 선수들 옷을 세탁해 주고 지역 특산품인 고추장을 선물하며 듬뿍 정을 심는다. 부녀회는 고구마를 삶아내고 부침개를 만든다. 순창군청의 직원들은 대회나 전지훈련 유치를 위해 전국을 발로 누빈다.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선수단 숙소를 찾아 치킨·피자 간식도 돌린다.

 줄지어 찾아온 선수들은 지역경제에 효자가 되고 있다. 오후 8시면 불이 꺼져 썰렁하던 순창읍 거리는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북적거리면서 활기 넘치는 곳으로 바뀌었다. 커피숍은 1개에서 2~3년 새 5개로 늘었고 햄버거 체인점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숙박료·식비 등 직접 경제효과만 해도 연간 50억~60억원에 이른다”며 “강천산 주변에 호텔 등 편의시설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창=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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