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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운동하는 아이들,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중앙일보 2015.12.29 00:52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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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브루니
NYT 칼럼니스트

미국 콜로라도대의 질병학자 돈 콤스톡은 청소년 운동선수들의 뇌진탕 연구 권위자다. 그에 따르면 운동 도중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운동선수가 제대로 치료도 받지 않고 경기에 복귀하는 사례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한다. 미 고교 미식축구팀의 절반 이상이 전일제 트레이너를 고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 도중 선수가 부상당했을 때 구급조치를 즉각 취해 주기 어렵다. 선수들의 부상이 잦은 미식축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 코치들이 선수들의 몸상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테니스 뺀 전 종목 뇌진탕 발생
치어리더조차 머리 부상 가능성
부모, 자녀의 운동 안전엔 무관심
적성·안전 최우선해 운동시켜야


 학부모들도 문제가 많다. 아이들의 운동코치를 고를 때 유치원이나 학교를 선택할 때처럼 충분히 시간을 들여 알아보는 이는 찾기 어렵다. 교사나 소아과 의사가 아이를 잘못 다룬다고 여겨지면 당당하게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운동코치 앞에선 눈치만 보기 일쑤다.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컨커션(Concussion)’은 반복적인 머리 부상으로 고통받는 축구와 미식축구선수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인기를 끈 건 선수들이 늘 겪는 치명적인 뇌 부상에 대해 일반인도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특히 뇌진탕의 악영향은 소년보다 소녀 축구선수에게 더 크게 미친다.

 그럼에도 “선수는 굳세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스포츠에 입문한 청소년들의 부상 위험이 간과되고 있다. 요즘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부상이 잦은 미식축구만 안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종목에서도 치명적인 부상 위험은 엄연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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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 바깥에서 응원만 하는 치어리더에게도 부상은 일어난다. 세 건 중 한 건이 뇌진탕이다. 아스팔트가 깔린 주차장이나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에서 연습하기 때문이다. 잔디밭이나 매트 위에서 연습하면 부상의 위험성이 크게 준다. 하지만 코치나 학부모들은 이런 지적을 무시하기 일쑤다.

 미국 스포츠의학저널에 따르면 대학생 운동선수들 가운데 뇌진탕이 가장 흔한 종목은 1위가 레슬링, 2·3위가 남녀 아이스하키였다. 미식축구와 여자 축구, 여자 농구도 뇌진탕 위험이 큰 종목으로 꼽혔다. 하지만 다른 종목들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콤스톡 교수가 조사한 22개 스포츠 종목 가운데 뇌진탕이 보고되지 않은 종목은 단 한 개, 테니스뿐이었다. 심지어 수영에서도 뇌진탕이 발생한다. 정신없이 수영하던 아이가 풀장 벽에 머리를 박거나 반대 방향에서 헤엄치는 사람과 머리를 부딪히기 때문이다.

 미식축구는 뇌진탕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로 악명 높다. 하지만 머리 부상은 미식축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위험 중 하나일 뿐이다. 또 가장 큰 위험도 되지 못한다. 미식축구선수들이 운동 중 목숨을 잃는 주된 원인은 머리 부상 같은 직접적 외상이 아니다. 열사병·심장마비 등 간접 외상이다. 코네티컷대의 연구에 따르면 미식축구선수들 가운데 간접 외상으로 숨진 사람과 직접 외상으로 숨진 사람의 비율은 108대 41로 나타났다.

 열사병은 코치가 선수들의 운동강도를 서서히 높이고 자주 휴식을 취하게 하면 거의 100%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이렇게 선수를 배려하는 코치는 찾기 힘들다. 지난여름 뉴욕에선 16세 미식축구 지망생이 연습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그는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체온이 42.2도까지 올라 신장이 크게 훼손됐다. 선수들이 운동 중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도 부상을 예방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는 별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의 운동을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미국은 지방·당분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과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문화 때문에 비만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워낙 많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운동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운동할 때 겪을 수 있는 부상에 대해 학부모와 코치, 학교 모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자녀를 하버드나 예일대 같은 아이비리그에 입학시키기 위해 고교 시절 적성도 따지지 않고 운동팀에 집어넣고, 팀이 우승해 자녀의 스펙이 높아지기 바라면서도 운동 중 안전수칙에 대해선 무지한 학부모가 많다. 아이에게 주어진 숙제가 너무 많다고 교사에게 항의할 줄은 알면서도 아이가 섭씨 35도 땡볕 아래 운동장을 수십 바퀴 뛰도록 명령하는 코치에겐 한마디도 못하는 부모도 많다. 부상당한 자녀가 하루빨리 팀에 복귀해 뛰게끔 하려고 일부러 환자에게 엄격하지 않은 의사를 찾아다니는 부모들까지 있다. 팀이 우승하면 자녀의 아이비리그 합격이 용이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녀의 몸이 망가져 가는데도 일류대에 합격만 하면 그만일까?

 미국에서 스포츠는 신격화된 지 오래다. 그 이면에 매일 부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양산되고 있다. 문제는 뇌진탕이나 골절·열사병이 아니다. 어른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스포츠를 숭배하고 아이들에게 ‘파이팅’만을 요구하기에 젊은 선수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프랭크 브루니 NYT 칼럼니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게이트 19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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