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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눈높이 낮추라는 말, 통할까요?

중앙일보 2015.12.29 00:08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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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기성세대가 취직을 못한 젊은이한테 하는 흔한 얘기가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눈높이를 낮추면 갈 데가 많다”라는 말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는 이 시대 청년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말이다.

 요즘 20~30세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달려온 산업화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지식·정보·미디어 사회 만을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질’이나 ‘형이상학적 사고’ 보다는 ‘직관’, ‘감성’에 따라 움직인다. 장래 선호 직업을 물어보면 연예인이 1위로 나오고, 셰프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그 반증이다.

 특히 지금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이들이 구직 전선에 나섰을 때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그 좌절감은 어떨까?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할 때 “5580원짜리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는 하면서 왜 연봉 2000만원을 주는 일자리에는 가지 않으려 하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청년으로부터 “비록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저는 훨씬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고 잘 될 거라는 꿈을 꾸고 있어요”라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누가 이런 시각이 잘못됐다며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눈높이를 낮출 수 없는 성장 환경에서 자라왔을 뿐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살펴보면 정보기술(IT)과 결합한 헬스케어·핀테크 등의 혁신 서비스, 그리고 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 같은 이른바 MICE 산업과 연관된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많다.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산업생산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5% 수준을 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존 산업화 시대에 만든 정책과 제도의 틀 안에 갇혀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새 패러다임을 열 법률은 국회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당리당략 때문에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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