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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에너지 신산업, 공기업이 앞장설 때

중앙일보 2015.12.29 00:07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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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진행된 파리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 21)가 마무리됐다. ‘파리 협정’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교토 의정서와 달리 196개 당사국 모두 지켜야 하는 첫 합의다. 새로운 기후협정으로 우리나라도 에너지 정책에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는 파리 총회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BAU 대비 37%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조업 비중이 큰 국내 산업구조상 어려운 목표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부정적 자세를 버리고, 저탄소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라고 봐야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파리 총회에서 2030년까지 내수와 해외 진출을 포함해 에너지 신산업으로 100조원의 시장과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요즘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어려움과 산업의 구조적인 경쟁력 한계는 대외환경이 아닌 근본적으로 신산업 진입을 게을리한 탓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기존 산업의 수성이 아닌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미 주요국에서는 에너지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과감하게 정책을 전환하는 중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8%까지 확대하기로 하였고 전기차를 2015년까지 100만대 보급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에 50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고 2020년까지 전기차 470만 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글로벌 에너지 산업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풍력, 태양광 발전만으로 당일 전체 전력량의 60%를 공급하는 사례가 발생하였고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으로 당일 전체 전력을 생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에너지 신산업은 경제성장 정체에 직면한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위기를 돌파하면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에너지 관련 정부 부처와 공기업, 민간기업이 서로 협력하여 에너지 신산업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에너지신산업 분야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투자비의 단기간 회수가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가능한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전력의 경우 최근 흑자전환 등 경영호전으로 에너지신산업 투자여건이 성숙해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마이크로그리드, 전기차 충전인프라, 전기저장장치,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고 가시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100여 개 한전 사옥과 민간 기업에 구축한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사업, 서안성변전소 등에 설치·운영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주파수조정용 전기저장장치(ESS)가 대표적이다. 또 캐나다에 130억 원 규모의 마이크로그리드 수출을 성사시켰으며, 국내 최초로 두바이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의 해외 수출은 우리 경제와 에너지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공기업이 앞장서서 에너지 신산업의 신시장을 개척하고 범지구적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해야 한다.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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