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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채 찾는 용감한 그들

중앙일보 2015.12.29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이상한 일이다.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고 통화 가치가 바닥으로 추락했는데도, 그 나라 채권을 찾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브라질 국채 얘기다.

국가신용 투기등급 강등
헤알화 가치 계속 떨어지는데
“지금이 바닥” 매수 나서
업계선 “더 관망” 신중론

 브라질 국채는 올 하반기 들어 시장의 대접이 180도로 달라진 상품이다. 201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저금리 시대에 연 10% 이상의 고금리가 보장되는 몇 안 되는 상품인데다가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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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판매액만 1조4000억원에 이른다. 물론 과거지사다. 현재 국내 증권가에서 브라질 국채는 금기시되고 있다. 일단 위험도가 크게 높아졌다. 정치 불안과 원자재 가격 급락 등의 영향으로 브라질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다.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잇따라 투기등급으로 강등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9월 처음으로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췄고, 피치도 이달 들어 S&P의 뒤를 따랐다. 브라질이 국가부도를 맞게 되면 국채는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투자자가 입은 환차손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 경제의 추락과 함께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급락해 환헤지를 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환차손을 입었다. 헤알화는 올해 1월 1일 달러당 2.657헤알에서 지난 25일 3.935헤알까지 추락했다

 그런데도 증권사 창구에는 여전히 브라질 국채를 찾는 고객이 있다.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 강등 시점인 9월부터 지난 15일까지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된 브라질 국채의 총액은 364억3000여만원이다. 올 상반기의 한 달 치에 불과한 액수이긴 하지만 신용등급 강등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만한 수치는 아니다. 특히 S&P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뤄진 이후인 10월에는 판매액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기현상도 보였다. 3개사의 10월 판매액은 144억6000여만원으로 9월의 96억7000여만원보다 5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달에도 도합 81억원이 판매돼 만만치 않은 수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이 바로 저점”이라고 본 ‘역발상 투자자’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브라질 경제가 추락할 때까지 추락한 만큼 조만간 바닥을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특히 헤알화의 반등 시점이 임박했다고 본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헤알화가 반등하면 채권값이 오르지 않아도 환차익을 볼 수 있게 된다.

 과연 그럴까. 업계에서는 조금 더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아직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브라질은 외환보유액 대비 외채 비율이 200%에 달하는 등 헤알화가 강세로 가기엔 아직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헤알화 가치가 추가로 가파르게 추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가 몇 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 기간 동안 금융시장의 출렁거림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라질 시장 투자 시점을 타진해볼 때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자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는 없지만 2~3년간의 꾸준하게 하락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브라질 국채가 주는 고금리의 매력도 무시하기 힘든 만큼 위험 대비 수익이라는 관점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용기를 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정선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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