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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 티 즐기기

중앙일보 2015.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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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3시에 찾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신관 14층의 살롱 드 떼(Salon de The) 티 하우스. 테이블마다 우아한 찻잔에 담긴 붉은 빛깔의 홍차와 3단 트레이에 층층이 쌓인 달콤한 디저트가 놓여 있다. 나른한 오후, 향긋한 차 한 모금과 함께 가벼운 디저트를 먹으면서 여유로운 ‘애프터눈 티’ 타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빈 자리가 없다.

향기로운 차 한 잔, 감미로운 디저트 한 입…오후의 여유 만끽

  애프터눈 티는 영국의 귀족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후 3~5시쯤에 차를 마셔 붙여진 이름이다. 18세기 영국에서 한 공작 부인이 점심과 저녁 사이에 출출함을 달래려고 차와 함께가벼운 디저트를 먹으면서 지인과 사교의 시간을 보낸 것이 그 시초다. 영국 귀족들은 애프터눈 티 타임에 홍차와 다과를 함께 나누면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19세기엔 귀부인들 사이에서도 애프터눈 티가 유행처럼 번졌고, 이후 영국에서 화려한 사교적인 행사로 뿌리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애프터눈 티 문화는 영국 식민통치의 영향을 받은 홍콩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고급 다기에 우려낸 홍차는 케이크와 쿠키가 올려진 3단 트레이와 함께 나온다. 애프터눈 티 문화는 홍콩에서 꼭 맛봐야 할 체험 거리다.
  특히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 가면 애프터눈 티를 맛보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예약을 따로 받지 않아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기 위해 한두 시간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해외 유명 브랜드 티 애호가 늘어
우리나라도 홍콩과 비슷하게 호텔가에서부터 애프터눈 티 문화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멀리 해외로 떠나지 않아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티 살롱에서 외국 차와 디저트를 함께 나누면서 잠시나마 힐링 타임을 보내려는 수요층이 늘었기 때문이다. 커피에 싫증을 느낀 젊은층의 차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엔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애프터눈 티 문화가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 살롱 드 떼 윤경희 매니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000세트가 넘는 애프터눈 티 세트가 판매됐다”며 “어떤종류의 차를 구비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지는 고객이 늘어 커피만큼이나 차를 고르는 입맛도 다양하고 까다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차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 티를 즐기는 매니어층도 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이를 반영해 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유럽 황실에서 즐겨 마시는 ‘로네펠트티’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차 종류별 특징을 비롯해 가장 맛있게 우릴 수 있는 물의 온도 등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갖춘 전문 직원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리랑카에서 최고급 차를 생산하는 세인트 제임스 다원에서 채취한 풍부한 맛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인도 아삼지역 모칼바리 다원에서 채취한 아삼바리, 히말라야 남쪽의 어린 찻잎으로 만든 스프링 다즐링 등 홍차와 허브티를 곁들인 메뉴가 인기다.
  애프터눈 티를 상징하는 화려한 3단 트레이에는 홍차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사로잡는 핑거 푸드와 디저트를 올린다. 1단엔 스콘과 핑거 샌드위치, 2단엔 마카롱과 쿠키류, 3단엔 케이크와 초콜릿 등이 담긴다. 윤 매니저는 “단맛이 강할수록 상단에 올리기 때문에 보통 1단부터 먹기 시작해 단맛이 강한 3단 메뉴를 나중에 먹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 서울 살롱 드 떼의 애프터눈 티 세트(사진)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맛볼 수 있다. 잉글리시 로열 티 세트 가격은 1인 기준 4만7000원, 2인 기준 6만2000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이다. 문의 02-759-7477

한진 기자 han.ji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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